백화점·면세점 등 국내 유통상권의 중심이 서울 명동에서 강남 일대로 이동하고 있는 가운데 유통업계의 차세대 총아로 평가받는 초대형 복합쇼핑몰 개발에서도 본격적인 ‘강남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서울 강남 일대의 도심 재개발이 올해부터 가시화되면서 복합쇼핑몰 같은 신규 초대형 상권이 조성되며 ‘강남 라인’의 변화가 예고됐기 때문이다.
축구장 수십 개에 달하는 초대형 면적으로 단숨에 주목받은 복합쇼핑몰은 서울 등 대도시 도심에서는 이에 상응할 만한 공간을 찾지 못해 수도권 신도시 등 주로 교외권에 입점해왔다. 하지만 올해부터 오는 2021년까지 5년간 강남 일대에서 신규 상권이 중심이 된 굵직굵직한 도심 재개발이 잇달아 진행돼 복합쇼핑몰 중심도 교외에서 서울 도심 강남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쇼핑지도 바뀐다…복합쇼핑몰도 강남으로=서울 강남·송파구 일대에는 2021년까지 5년간 영동대로 지하환승센터 건설, 잠실 종합운동장 재개발, 현대자동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신축 등 대단위 지상·지하 개발이 본격화된다. 이들은 모두 초대형 상권 형성과 함께 추진된다. 파리 라데팡스, 런던 카나리워프처럼 역세권이나 유동인구가 몰리는 지역에 복합쇼핑몰 중심의 신규 개발을 단행해 단숨에 새로운 도심의 핵으로 부상한다는 구상이다.
강남 복합쇼핑몰들은 지상의 한정된 공간을 극복하기 위해 주로 지하에 공간을 키우거나 각 공간을 연결하는 형태로 초호화 미래형 쇼핑몰 등장을 예고하고 있다. 쇼핑과 레저의 결합, 보고 즐기는 라이프스타일 쇼핑 등 지난 몇 년간 등장한 유통업계의 변신은 일종의 ‘테스트’로 국내 유통업체들의 주요 승부는 이들 강남권 쇼핑몰에서 갈릴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서울 상권의 강남 이동은 백화점·면세점에 이어 복합쇼핑몰이 세 번째다. 백화점은 전통적인 유통의 중심이고 면세점은 현재의 핵심 업종에 해당한다. 초대형 복합쇼핑몰은 ‘보고 즐기는’ 대형 체험 쇼핑공간을 제공하고 중저가 비백화점 브랜드 등 다양한 상품을 백화점 같은 고급스러운 환경에서 판매할 수 있어 미래 유통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유통산업 과거·현재·미래의 대표 업종이 줄줄이 강남에서 승부를 걸게 되면서 복합쇼핑몰과 함께 유통업의 중심이 명동 일대에서 강남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이 과언은 아닌 셈이다.
◇영동대로에서 잠실운동장까지…모습 드러내는 강남 복합몰=강남 복합쇼핑몰의 주역은 서로 인접해 건설되는 영동대로 지하환승센터와 현대차 GBC, 잠실 종합운동장 재개발 등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는 지하철 2호선 삼성역에서 9호선 봉은사역을 잇는 총연장 630m, 폭 70m의 도로 지하구간에 지하 6층 건물로 조성된다. 올해 5월 기본계획을 공개하고 올해 말부터 공사에 들어가 2021년 오픈할 예정이다. 이 환승센터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삼성~동탄 광역급행철도, KTX 동북부 연장선, 남부광역급행철도를 포함해 국철·지하철·버스 등 6개 노선의 복합환승센터로 지어진다. 도심공항터미널도 코엑스몰에서 이곳으로 이전한다. 완공되면 삼성역~동탄 20분, 삼성역~시청 5분 등으로 시간이 단축돼 새로운 교통의 중심지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쇼핑 등 상업시설은 주로 지하 1층에 집중된다. 4만여㎡(1만2,000평)의 지하 1층 공간 중 상업시설은 50~60%가량 입점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상업시설은 구간 중간에 위치한 코엑스몰·GBC쇼핑몰과 지하 1층을 통해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기존 코엑스몰과 영동대로 지하 상업시설, GBC쇼핑몰이 연계될 경우 총 42만㎡, 잠실야구장의 30배 크기에 달하는 대규모 지하상권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GBC쇼핑몰은 9만4,000㎡(2만8,435평) 규모로 꾸며진다. GBC쇼핑몰은 건물 3개 동을 연결하는 지하 1층과 주요 건물의 저층부에 마련된다. 현대차 GBC에는 그룹 사옥과 초고층 전망대, 전시·컨벤션센터, 호텔 등이 들어선다.
잠실종합운동장은 종합운동장과 야구장, 각종 생활체육시설, 공원, 스포츠 및 전시·문화·이벤트 인프라 등을 갖춘 체험형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면세점도 권장시설 중 하나다. 지난해 말 한국무역협회를 중심으로 건설·금융·호텔 등 17개 업체가 참여하는 컨소시엄이 구성되는 등 사업 전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쇼핑·외식 등 전체 상업시설 공간은 약 20만㎡(6만5,000평)에 달하며 개발공간의 지하 1층에 주로 입점한다. 역시 각 운동장과 컨벤션시설 등이 쇼핑 구간인 지하 1층을 통해 대부분 연결되게 꾸며진다. 특히 탄천을 사이에 둔 영동대로 개발구역과는 전용보도 등을 통해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지구 내에 사무실·호텔·보행공간 등이 고루 조성되는 점을 감안할 때 ‘원스톱 생활’이 가능한 미래형 지하도시가 등장하는 셈이다.
◇유통업계 강남몰 쟁탈전=롯데·현대·신세계 등 단독건물인 백화점을 중심으로 지난 수십년간 국내 유통의 핵심부에 자리해온 주요 기업들도 최근 들어 ‘강남’과 ‘백화점 밖’을 키워드로 이들 쇼핑몰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사업권을 어떻게 확보하느냐에 따라 서울 상권의 미래를 좌지우지할 수 있어 운명을 건 대전이 예상된다. 대규모 쇼핑시설이 유행을 주도하는 강남 핵심권에 잇달아 조성되면 국내 상권의 중심을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 시설 대부분이 MICE(전시박람회·포상관광) 거점을 강조해 관광 중심으로도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가 2블록 떨어진 지역에 그룹의 역량을 모은 잠실타운을 조성하고 신세계가 반포 일대에 복합타운을 일군 것도 결국 중심상권으로 떠오르는 강남라인을 잠실과 반포까지 각각 연장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결과라는 해석이다.
영동대로 구간과 연결되는 코엑스몰의 운영권을 신세계가 확보하고 현대는 포기한 점도 같은 맥락으로 여겨진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삼성역과 백화점 무역센터점, 면세점이 연결되는 천혜의 입지에 위치했다. 특히 이 지역에 면세점 출점을 계획했던 HDC신라가 사업권 확보에 실패하면서 범현대가가 주도하는 GBC 개발에서 쇼핑몰 운영권을 확보할 가능성도 커졌다는 평가다. 반대로 반포를 중심으로 세 확장에 나선 신세계는 미래도시의 쇼핑몰 사업에 발을 들여놓아야 할 필요성이 커졌고 이에 따라 비용 논란을 감안하고 코엑스몰 운영권 확보에 나섰다는 것이다.
영동대로 개발사업은 정부 사업이지만 코엑스몰이 운영 부실로 유통 운영 사업자를 확보한 전례를 볼 때 운영권 입찰 등 업계 내 영역전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대 최대 규모의 민간 투자사업인 잠실종합운동장 개발에도 유통업체들이 참여해 공간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희원·신희철기자 heew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