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지낸 로렌스 서머스 하버드 대학 교수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금융완화 정책이 또 다른 금융위기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머스 교수는 8일(현지시간) 미국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금융 부문 등에 대한 (당선인의) 규제완화 정책은 극도로 위험하다”며 대선 승리 직후 ‘도드-프랭크법’을 개정하거나 폐기하겠다고 발표한 트럼프 당선인의 정권인수위를 겨냥해 쓴소리를 냈다. 그는 이어 “누가 약탈적 대출의 시대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하는가. 누가 과도한 레버리지를 짊어진 은행의 시대로 회귀하려고 하는가”며 금융권 규제 완화를 추진에 우려를 표했다. 도드-프랭크법은 미국 민주당의 주도로 입안된 월가 규제법으로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업무를 분리하고 대형은행의 자본확충을 의무화하며 파생상품 거래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은 대공황 이후 가장 광범위하고 강력한 금융개혁법안으로 평가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해 대통령 선거유세 과정에서 ‘도드-프랭크법’이 “달라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규제 잣대를 들이대 금융부문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고 비난한 바 있다.
서머스 교수는 보호무역주의 정책과 대규모 인프라투자 계획, 법인세 인하 계획 등 당선인이 밝힌 경제 청사진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는 “기업가들이 공장을 오하이오주에 짓든 멕시코에 짓든, 멕시코가 이미 20% 저렴하다”며 “이는 미국의 이해에 역행하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당선 이후 멕시코 페소화의 가치는 14% 낮아져 반멕시코 정책이 역설적으로 멕시코 생산의 이점을 부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머스 교수는 1조달러의 인프라 투자 약속 역시 “아무것도 없는 포템킨 마을”이라며 외양은 화려하지만 현실성 없는 경기부양책으로 평가했다. 법인세 인하 계획에 대해서는 “달러 강세를 강화해 미국의 수출업체와 근로자를 힘겹게 만드는 한편, 불평등을 심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