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청와대·국회·대법원까지 세종시로 이전하겠다니

청와대와 국회 등 국가 권력기구를 세종시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이 또 등장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9일 기자회견을 열어 “세종시를 완전한 정치·행정도시로 완성하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청와대와 국회는 물론 대법원과 대검찰청까지 이전 대상에 포함하겠다는 것이 이들의 계획이다. 대한민국의 수도를 세종시로 옮기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를 통해 비대해진 중앙권력의 부패를 막고 입법·사법·행정기구가 한곳에 모이면서 효율성도 높아진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한동안 잠잠했던 수도이전 논란이 다시 불붙을 조짐이다.


수도이전 문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선후보였던 2002년 이후 선거가 있을 때마다 단골 메뉴로 등장했던 이슈다. 캐스팅보트 지역인 충청 지역의 표심을 자극하는 데 이보다 더 좋은 수단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세종시가 수도가 되지 못한 데는 이유가 있다. 2004년 헌법재판소는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해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사실상 수도를 이전하는 문제이기에 국민투표를 통해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게 이유였다. 국민적 합의가 먼저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천문학적 이전비용은 물론 2,500만명에 달하는 수도권 인구의 불편과 통일 후 수도의 지리적 여건, 국론분열 등 고려해야 할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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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중앙 집중과 행정 비효율성을 막고 지방분권을 이뤄야 한다는 취지는 일면 수긍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권력기관 지방이전 주장은 표를 얻기 위한 꼼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수도이전은 국토의 종합발전계획과 통일 이후에 대한 대비, 정치체계 개편 등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해 진행돼야 하는 고도의 정치적 문제다. 국가 백년대계의 관점에서 장기적으로 세밀하고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이유다. 충청도민이 아니라 국민 전체가 필요성에 공감하고 이에 동참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이러한 선결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수도이전 논란은 지방과 중앙 모두를 지역감정의 피해자로 만드는 비극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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