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중고선박 가격 들썩…신규 발주 이어지나

후판 등 원자재 가격 올라

중고선박 가격 지수 4p↑

신조선가도 인상 움직임에

선주들 "선가 상승 전 발주"



하늘 모른 채 치솟던 원자재(철광석·석탄) 가격이 조선 경기 침체로 수개월째 꿈쩍 않던 중고 선박 거래가를 들썩이게 만들고 있다.

급등한 철광석 등 원재료 가격이 후판(선박 건조에 쓰이는 두께 6㎜ 이상 철판) 가격을 밀어 올리자 후판 비중이 원가의 20%가량을 차지하는 선박 가격도 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조선업계는 선가 상승이 선박 발주를 계획하고 있는 선주들의 바닥 심리를 자극해 조기 발주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선가가 더 오르기 전에 발주를 할 수 있다는 기대다.

9일 영국 조선해운 전문 분석기관인 클락슨리서치가 발간하는 쉬핑인텔리전스위클리에 따르면 중고선가 지수는 한 주 만에 4포인트 상승한 79포인트를 기록했다. 글로벌 선사 간의 초대형선 발주를 통한 원가 떨어뜨리기 경쟁으로 선복(배에 실을 수 있는 화물량) 과잉이 지속되고 있는 컨테이너선을 제외한 대부분 선종의 중고선가가 올랐기 때문이다.

건조된 지 10년 된 30만DWT(재화중량톤수) 초대형 유조선(VLCC)의 올해 초 거래가는 4,400만달러로 지난달의 4,000만달러에서 10% 급등했다. 같은 선령(船齡)의 케이프사이즈급 17만DWT 벌크선 역시 지난 2015년 하반기 수준인 1,600만달러 수준으로 상승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수에즈막스(15만DWT)와 아프라막스(10만DWT)급 유조선 중고선가도 10% 안팎 껑충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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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선가가 이처럼 급등한 것은 최근 급등한 원자재가(價)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유재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후판 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 기대감이 그동안 저평가됐던 중고 선박 가격에 반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선업계가 주목하는 부분은 중고선가 상승이 신조선가 상승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전통적으로 중고선에 대한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면 신조 선박 발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유 연구원은 “중고선 매매가 마무리되는 2·4분기부터 신조선 발주가 완만하게 증가하고 하반기부터 신조선가 상승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고선사에 이어 신조선가까지 오름 추세가 확연해지면 선주들은 당초 계획했던 발주를 앞당길 개연성이 크다. 분위기는 이미 감지되고 있다. 중소 조선사의 한 관계자는 “선사들 사이에서 선가가 바닥을 쳤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면서 “최근 원재료 가격 상승세가 ‘더 이상 선가가 떨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는 바닥 심리를 자극한 것 같다”고 말했다.

철강재 가격 상승이 기존에 수주해 놓은 선박을 건조하는 데 있어서는 조선업계 수익성에 부정적이다. 조선 기자재가 대부분 철강재로 만들어지는데 오른 가격을 선가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면 채산성이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발주 자체가 서서히 살아나는 국면에서 철강재 가격이 오르는 것은 오히려 조기 발주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게 조선업계 판단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내년이나 돼야 본격적인 발주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많은데 원재료 가격 상승은 선박 발주 시기를 앞당길 수 있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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