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브스에 직장에서 하면 안 되는 말 9가지가 실린 적이 있다. 구체적 설명 없이 9개 문장만 짧게 소개됐는데, 그 말들을 입에 달고 살았던 동료들이 떠올라 혼자 웃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절실히 공감했기 때문이다. 직장에서 너무도 쉽게 할 수 있는 말, 그러나 어떠한 경우에도 내게 결코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은 말들이다. 그렇다면 각각의 상황에서는 어떤 말로 대체될 수 있는지 나름의 대안을 제시해 보겠다.
#불가능합니다
이 말을 참 매력이 없다. 옳지도 않다. 이 세상 어떤 일도 절대 불가능이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너무도 자주 급하게 일 처리를 지시 받거나 수집 불가능한 자료를 요청 받기도 한다. 분명히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과 만나게 된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지혜로운 방법은 불가능하다는 말을 자신이 내뱉는 대신 상대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그 말을 먼저 하게끔 유도해야 한다. 불가능한 일에 대한 지시를 받더라도 일단은 침착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맞다. 그리고 “잘 알겠습니다. 일단 고민해보겠습니다”라고 응대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다.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 가능해지려면 어떤 장치나 도움이 필요한지를 고민하는 것이 다음 단계다. “프로젝트의 기한을 한달 정도 미루면 가능하겠습니다” 혹은 “여러 부서의 팀원들을 모아 테스크포스팀을 꾸려 문제 해결을 한다면 가능합니다” 혹은 “예산을 2배 정도 올리면 가능합니다” 등등 일이 이루어질 수 있는 조건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 일을 지시한 상사본인의 입에서 “아무래도 불가능하겠군”이라는 판단이 나오게 해야 한다. “불가능합니다”라는 말은 우리가 할 말이 아니다. 가능한 모든 방법을 고민한 후 상사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리게끔 만드는 것이 바로 우리의 역할이다.#신경 쓰고 싶지 않아요
사실 조직 생활을 하다 보면 신경 쓰고 싶지 않은 일들이 무수히 많다. 내가 맡은 업무도 넘치는데 팀 워크숍 장소 결정 등 사소한 것까지 일일이 신경 쓰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설령 내 속마음이 그렇다 해도 이런 말을 입 밖에 내서는 안 된다. 엄밀히 따져 보면 회사 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회사 일이고, 곧 나의 업무일 수 있다. 회사에 출근한 이상 신경 쓰고 싶지 않은 일은 없어야 한다. 그것이 조직에 매어 있는 조직원의 숙명이다. 혹여 ‘신경 쓰고 싶지 않다’는 말을 내뱉는 순간 그 일의 경중에 상관없이 회사 일에 무심한 나의 성향을 드러내는 위험한 단서가 될 수 있다. 신경 쓰고 싶지 않았지만 차마 그 말을 입 밖에 내지 못했던 주변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릴 수도 있다. ‘김 과장은 워크숍 장소 따위는 신경 쓰고 싶지 않으시대. 중요한 일이 아닌가 봐’ ‘원래 웬만한 일에 다 신경 쓰고 싶지 않은 성향이잖아’ 이런 말이 오고 갈 수 있다. 그러니 마음 속으로 혼잣말은 할지언정 절대 입 밖으로 내지는 말자. 나도 모르게 튀어 나오지 않게 아예 머릿속에서 이 말을 지워 버리자. 그게 회사에서 월급을 받는 자의 숙명이다.
#제가 왜 이 일을 해야 하는 거죠?
이렇게 질문해 봤자 십중팔구 그 일은 내 몫이다. 설령 나의 ‘어필’이 받아들여져 내 몫이 아니게 된다 하더라도 결국 다른 중요한 일로부터도 멀어지면서 ‘원치 않는’ 개점 휴업에 돌입할 수 있다. 때론 불공정하게 보이고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닥칠 수 있다. 주변 사람들도 비슷한 판단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일조차 기꺼이 받아 들인다면 일에 대한 나의 태도를 주변에 어필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수 있다. 어쩌면 내가 미처 파악하지 못했지만, 그것은 나에 대한 일종의 테스트일 수도 있다. 내 각(角)에서는 안 보이지만 상대의 각 혹은 조직의 각에서 볼 때 그 일을 내가 하는 것이 맞는 판단일 수 있다. 의구심이 생겨 따져 묻고 싶으면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보자. ‘안 해야 될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어쩌면 그 일을 피하기 위한 비겁한 변명이 내게 더 많았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변화가 필요한가요?
변화는 불편하다. 어제 같은 오늘이 편하고 어제 만나 얘기하던 옆 사람과 할 얘기가 많은 법이다. 기득권 상실에 대한 우려, 내가 갈고 닦은 기술과 지식이 자칫 새로운 패러다임 앞에서 구식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두려움이 올라온다. 그렇다. 변화는 두렵고 귀찮다. 그러나 성공한 사람들은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나아가 항상 변화를 추구한다. 어제와 같은 오늘을 받아 들이지 않고 오히려 1년 전 내 모습과 오늘의 내 모습이 같다는 사실에 실망하며 스스로를 채찍질한다. 그러한 특성은 결국 개방성과 직결되며 자신이 모르는 모든 것에 기회를 주는 적극성과 연계된다. 잘 안될 수도 있지만 결과를 미리 걱정하지 않는다. 잘되면 좋지만 안 되도 귀중한 교훈은 남을 것이다. 변화 자체를 조직의 숙명이라 인정하고 작든 크든 늘 준비된 모습을 갖추는 것, 성공하는 사람들에게 변화는 성장을 위한 유일한 기회이다.#더 이상 묻지 마세요
대부분 두 가지 경우에 이 말을 하게 된다. 첫째, 내가 하는 말이 무조건 옮으니 일단 따르라고 강요하고 싶을 때다. 이런 경우는 실제 흔하지는 않다. 조직이라는 곳이 자체 정화 능력이 있는 공간이어서 이렇듯 강압적인 리더십은 환영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경우는 이보다 훨씬 흔하다. 자신도 잘 모르고 있을 뿐더러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 자체도 들키고 싶지 않을 때다. 우리는 무엇을 잘 모를 때 방어적으로 변하는 경향이 있다. 알아야 할 내용이 업무와 직결되거나 내가 모르는 것을 상사나 부하직원에게 들키고 싶지 않을 때 우리의 방어기제는 강화된다. 목소리가 커지고 설명이 장황해지며 강압적 태도가 나타나곤 한다. 자신의 입지가 약해졌다고 느낄 때 이러한 태도가 자주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그럴수록 상황은 악화되기 마련이다. 그럴 때면 어떻게 하면 될까? 더 이상 묻지 말라고 윽박지르지 말고, 나도 잘 모르겠으니 같이 생각해 보자고 하면 된다. 쿨하게 인정하고, 내가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 내용이라면 계획을 세워 알아가면 된다. 절대로 목소리를 높이거나 장황한 명분을 찾아 상황을 우습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위기라는 생각이 들수록 심호흡을 하고 여유 있게 웃으며 모른다고 인정한 후 당당하게 질문하라. 그렇게 위기를 넘겨 기회로 삼으면 된다. /최명화 최명화&파트너스 대표 myoungwha.choi00@gmail.com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의 마케팅 컨설턴트, LG전자 최연소 여성 상무, 두산그룹 브랜드 총괄 전무를 거쳐 현대자동차 최초의 여성 상무를 역임했다. 국내 대기업 최고 마케팅 책임자로 활약한 마케팅계의 파워 우먼으로 잘 알려져 있다.
현재 최명화&파트너스의 대표로 있으면서 국내외 기업 마케팅 컨설팅 및 여성 마케팅 임원 양성 교육 프로그램인 CMO(Chief Marketing Officer) 캠퍼스‘를 운영하고 있다. 오랜 직장 생활을 통해 직접 경험하고 터득한 ’조직에서 스마트하게 승리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현장 전략서 ’PLAN Z(21세기북스)‘를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