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중·일 기업들은 트럼프노믹스에 앞다퉈 올라타는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글로벌 기업들의 화끈한 대미투자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9일(현지시간) 뉴욕에서 트럼프 당선인과 만나 5년간 미국에서 1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해 12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내놓았던 5만명의 20배를 웃도는 규모다. 도요타도 5년간 1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결정하면서 디트로이트모터쇼 행사장에 ‘트럼프 포비아(공포증)’가 퍼지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중일의 경쟁적인 투자는 트럼프의 세금 폭탄 위협에서 벗어나 미래 투자환경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포석이다. 마 회장은 아예 중서부 지역의 농산물을 팔아주겠다며 트럼프의 가려운 곳을 긁어줬다. 트럼프가 ‘훌륭한 기업’이라며 마윈을 치켜세울 법하다. 중일 기업들이 민간 외교사절을 자처하며 뛰는 점도 주목된다. 이들 경영자야말로 트럼프와의 전격적인 회담으로 긴장관계를 해소하고 우호적 분위기 마련에 일조했다는 평가다. 이 과정에서 기업인들이 정부와의 물밑 교감과 역할 분담을 통해 치밀하게 협상 카드를 준비해왔다는 관측이 무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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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경쟁사들은 미국 시장에서 종횡무진으로 활약하는 판에 우리는 정부든 민간이든 구경만 하는 형편이다. 미국과 멕시코에 생산기지를 가진 삼성이나 현대차는 투자 여부를 검토만 할 뿐 잔뜩 움츠려 있다. 게다가 대기업 총수들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줄줄이 출국 금지되면서 발이 꽁꽁 묶여 있다. 재계에서는 미국에 투자하면 정치권이나 노조로부터 몰매를 맞을까 불안해한다는 말도 들려온다. 이래저래 입지가 좁아지다 보니 경영활동마저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사면초가의 상황이다. 우리 기업들도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트럼프노믹스에 하루빨리 올라타는 게 현실적인 대안이다. 그것도 최대한 빨리 투자를 결정해야만 유리할 수 있다. 정부는 민간 합동의 태스크포스라도 만들어 진출기업의 애로사항을 수렴하고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따른 대비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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