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2017 희망 두드림] 신완식 원장 "안정 대신 택한 의료봉사…生의 마지막 날까지 할 것"

<3> 신완식 요셉의원 의무 원장 "혼자 행복해선 안돼"

오래도록 타인을 위한 삶 꿈꿔

대학병원 교수 관두고 재능기부

체력·경제력 갖춰야 가능한 일

묵묵히 응원해준 아내에 감사

올해로 30주년 맞는 요셉의원

자원봉사자·의료진 헌신 덕분



선망받는 대학병원 교수직의 정년을 6년이나 남겨두고 그만두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래도 대학병원 교수직을 정년까지 누리고 퇴직한다는 것을 스스로 용납할 수 없었다. 신완식(67·사진) 요셉의원 의무원장은 8년 전 저지른 명예퇴직이 오래전부터 마음먹은 봉사를 실행에 옮긴 것일 뿐이라고 말한다.


지난 4일 서울 영등포역 인근의 무료 자선병원인 요셉의원 진료실에서 만난 신 원장은 “안정된 생활 대신 어렵더라도 다른 사람들을 위해 봉사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항상 다짐하고 자문했다”며 “혼자만 행복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신 원장은 가톨릭대 의대에서 25년간 교수로 재직하면서 가톨릭세포치료사업단장을 비롯해 대한감염학회장·대한병원감염관리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국내 감염내과 분야의 권위자인 그가 2009년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내과 과장직을 홀연히 내려놓고 찾아간 곳이 요셉의원이다. “사직서를 내고 당시 가톨릭대 중앙의료원장이던 최영식 신부를 찾아가 ‘일 저질렀다’고 말씀드렸더니 ‘예상하고 있었다’는 반응과 함께 명예퇴직 후 요셉의원으로 갈 것을 권유하셨지요. 원래 1987년 신림동에 요셉의원을 세운 고(故) 선우경식 원장이 타계한 후 병원 운영이 어려워진 때 맡게 됐습니다.”



당시 술 취한 쪽방촌 극빈자, 노숙자들이 행패를 부리는 일이 다반사였다. 성모병원과는 상반된 근무환경에 신 원장도 쉽게 마음을 열기 어려웠다. 그때 만난 정진석 추기경은 그에게 이곳 환자들에게는 전인적인 치료를 해야 하며 조급해하지 말고 조금씩 정진하라고 조언해줬다. 제도권 의료 혜택을 받으려면 환자 주민등록번호가 있어야 하는데 쪽방촌 극빈자, 노숙자, 행려자의 대부분은 주민번호가 말소되거나 아예 없다.


신 원장은 “그들은 육체보다 정신적으로 더 어려운 상태에 있다”며 “환자들의 존엄성과 자존감을 지켜주도록 마음을 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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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20여명의 의료·일반 봉사자가 오후1시에 출근해 오후9시까지 50~100여명의 환자를 진료·치료하고 있다. 정부 지원을 한 푼도 받지 못해 8,000여명의 후원자의 도움으로만 운영되고 있다. 신 원장은 “내과부터 영상의학과·한방과·치과까지 23개 진료과에서 환자를 보고 있는데 자원봉사하는 의료진과 일반 봉사자의 헌신이 없었다면 올해로 30주년을 맞은 요셉의원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6년 한 해 진료환자 수는 2만4,000여명에 이른다. 소외계층 진료에 힘쓴 공로로 요셉의원(원장 신부 이문주)은 지난해 아산사회복지재단이 수여하는 아산상 대상을 받았다.

신 원장은 매주 3일 출근한다. 물론 보수는 한 푼도 없다. 현직 시절의 저축과 연금으로 생활한다. 그는 “봉사하려면 봉사정신은 물론 체력, 시간, 공동체 생활의 적응력, 가족의 행복에 경제력까지 갖춰야 한다”며 “대학병원에서 사직했을 때도 담담히 지켜봐주고 지금껏 응원해준 아내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봉사의 길을 단 한 번도 후회해본 적 없다는 신 원장은 이곳 봉사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배웠다고 전했다. 그는 “대학병원에 있을 때 솔직히 누구에게 고맙다고 얘기해본 적이 없다”며 “이곳에서 성심껏 일하는 자원봉사자들을 보면서 고맙다는 말이 입에 붙었다”고 말했다.

소외계층에 대한 의료 현실에 대해서는 날카롭게 비판했다. 그는 “과거와 비교해 의원을 왕래하는 환자 숫자가 줄지 않고 있는데 그만큼 사회 네트워크를 통한 소외계층 의료 체계가 부실하다는 증거”라며 “왜 국가가 해야 할 일을 아직도 민간이 떠맡아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새해 소망은 지금처럼 환자 진료를 계속할 수 있는 것이다. 병원 주변이 재개발구역이기 때문이다. 필리핀 말라본시에서 최영식 신부가 현재 고군분투하며 운영하고 있는 무료 자선병원인 필리핀요셉의원이 빨리 자리를 잡는 것도 소망 중 하나다. 신 원장은 “이 세상에 내려와 ‘소풍’을 마치는 날까지 진료봉사를 계속할 것”이라며 “누군가 봉사를 주저하고 있다면 먼저 자신에게 소중한 것 중 작은 것부터 다른 사람에게 나눠주라고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글·사진=박현욱기자 hwpark@sedaily.com

박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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