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원(사진)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일부 재벌 일가의 잘못을 바로잡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재벌가와 대기업을 동일시해 결과적으로 기업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은 국부 파괴 행위”라고 최근의 대기업 옥죄기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박 회장은 11일 출입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재벌과 기업은 다르다”면서 재벌개혁을 위해 기업 경영활동을 제약하려는 정치권의 움직임에 대해 이같이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우리나라 대표기업 다수의 최대주주는 오너 일가가 아닌 국민연금”이라며 “결과적으로 기업의 손해가 국민 모두의 손해”라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한국 경제가 미증유의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진단하면서 규제개혁을 통한 신산업 성장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한국은 안 되는 게 없었는데 요새는 되는 게 없는 나라”라며 “스스로 자승자박하는 규제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박 회장은 “기업은 과거부터 꾸준히 새로운 산업을 발굴하고 해보려고 시도했지만 정부의 ‘규제’가 이를 막았다”며 “국내 서비스 산업과 관광산업·금융업 모두 이런 규제의 덫에 걸리면서 전혀 성장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학교 앞 호텔 규제로 무산된 대한항공 호텔 사업과 문화재위원회에서 제동이 걸린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 등을 예로 들었다. 일자리 감소와 관련해서도 그는 “기업이 알아서 하도록 그냥 놔두기만 했어도 청년 일자리 문제가 이 정도로 심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해체 위기에 처한 전경련에 대해 “옆집에 불이 났는데 옆에서 뭐라고 하는 건 아니다”라며 “스스로 매듭을 풀게 놔두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단체가 어떻게 되는지보다 현재 우리나라 경제가 직면한 위기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해결하는 게 시급하다”면서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