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에 따르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박근혜 대통령이 소설 ‘채식주의자’로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맨부커상을 받은 소설가 한강(48) 씨에게 대통령 명의 축전 수여를 거부한 정황을 확보했다. 이유인 즉슨 한 씨가 박근혜 정부가 작성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문체부와 특검 등에 따르면 지난해 5월 한 씨의 맨부커상 수상 소식을 접한 문체부는 “한 씨의 수상은 노벨문학상 수상 만큼이나 큰 한국 문단의 경사다. 한 씨에게 박 대통령이 축전을 보내면 좋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에 문체부는 이런 의견을 대통령교육문화수석비서관실을 거쳐 박 대통령에게 전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 명의 축전은 한 씨에게 전달되지 않았다. 특검 수사에서 청와대 부속실과 교문수석실 관계자들은 “박 대통령이 한 씨에게 축전을 보내 달라는 요청을 거절했다”고 진술했다.
결국 한 씨의 축전은 김종덕 당시 문체부 장관 명의로 전달됐다.
특검은 한 씨가 5·18민주화운동 희생자와 유족들의 증언을 다룬 소설 ‘소년이 온다’를 집필했다는 이유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오른 게 박 대통령의 거절 사유에 속한다고 보고 있다.
당시 문단과 언론에서는 한 씨의 수상을 두고 “세계가 한국문학에 주는 상”이라고 평가했지만, 박 대통령은 ‘3대 국정기조’로 문화 융성을 내세웠음에도 이를 다르게 판단한 것이다.
반면 박 대통령은 2014년 베니스 건축전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조민석 커미셔너, 2015년 쇼팽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조성진 피아니스트,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박인비 골프 선수 등에게는 축전을 보낸 바 있다.
/이세영인턴기자 sylee230@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