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2일 귀국하자 반 전 총장과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침묵했다. 반 전 총장과의 연대 가능성이 있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반 전 총장에 대한 검증을 요구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반 전 총장을 둘러싼 여러 의혹을 제기하는 등 뚜렷한 대립각을 세웠다.
문 전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반 전 총장 귀국에 대한 평가를 해달라는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고 떠났다. ‘전략적 무시’를 택한 셈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문 전 대표가 반 전 총장과의 격차를 벌리며 1위에 올라선 만큼 반 전 총장에 대한 반응을 일일이 내놓으며 경쟁자로 부각시키지 않겠다는 판단에서다. 문 전 대표가 침묵을 지켰지만 문재인 캠프 내에서는 경계심이 높아지고 있다. 참여정부 법무비서관을 지낸 박범계 의원은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반 총장의 동생인 반기상과 그의 아들 반주현이 미국 연방검찰에 뇌물 혐의로 기소됐다”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반 전 총장과의 연대설에 휩싸인 안 전 대표는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반 전 총장에 대해 “정치를 하겠다는 말씀이 없는 분인데 지금은 어느 것 하나 판단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모든 판단은 정치활동 선언 후에 해야 한다”며 “지금으로서는 반 전 총장이 재벌을 위한 정치를 할지, 서민을 위한 정치를 할지, 누구와 함께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안 전 대표는 ‘자강론’을 내세우며 반 전 총장의 영입에 대해 부정적이지만 당내 호남 출신 의원을 중심으로 반 전 총장과의 ‘연대론’이 힘을 받자 판단을 유보한 것으로 해석된다. 주승용 원내대표는 “저와 국민의당은 정치인 반기문이 아닌 유엔 사무총장이던 반기문의 귀국을 환영한다”며 “지난 10년간 세계평화와 국제협력에 헌신하고 대한민국을 빛낸 반 전 총장에게 국민의당을 대표해 감사드린다”고 말해 사실상 ‘구애작전’을 펼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바른정당의 대권주자인 유승민 의원은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반 전 총장이) 대선에 출마하시겠다면 보수인지, 진보인지 비전과 정책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며 “저는 아직도 그분의 정체를 잘 모르겠다”고 견제구를 날렸다. 그러면서 “그분이 안보는 정통보수의 길을 가되 경제나 교육·노동·복지 등은 굉장히 개혁적인 길로 가는 길에 동의하신다면 바른정당을 선택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영입 의사도 내비쳤다.
문 전 대표와 반 전 총장에 이어 3위를 달리고 있는 이 시장은 반 전 총장에게 공세를 가했다. 그는 “최악 유엔 총장이라는 평가, 외교행낭 사건, 23만달러 수수 의혹, 친인척 비리 등에 대해 국민은 (반 전 총장의) 대통령으로서의 자격과 자질에 의문을 가질 것”이라며 “기득권자가 기득권 청산과 공정한 새 질서를 만드는 것은 연목구어일 뿐”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