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외교정책을 이끌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지명자가 북핵을 겨냥해 ‘세컨더리 보이콧’ 제재를 시사하며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세컨더리 보이콧은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과 기관을 미 정부가 직접 제재하는 것으로 사실상 북한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을 타깃으로 한 것이다. 세컨더리 보이콧이 현실화할 경우 트럼프 시대 미중 간 외교 갈등이 전방위로 확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틸러슨 지명자는 11일(현지시간)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이란과 북한 같은 ‘적(敵)’들이 국제 규범에 순응하기를 거부해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북핵 문제 등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면서 “미국 위상이 약화됐다”고 말했다.
틸러슨 내정자는 특히 중국을 정조준했다. 그는 “만약 중국이 유엔 제재를 이행하지 않으면 북핵 대응에 그것(세컨더리 보이콧)이 적절한 방법일 것”이라며 “중국의 빈 약속들을 더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등을 거론하며 “중국은 ‘신뢰할만한 파트너’가 아니었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틸러슨은 한미 동맹이 강화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예상한다”고 밝혔지만 해외 주둔 미군의 방위비 분담금 문제 등에서 “동맹국들이 의무를 다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모른 척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한국 정부의 주한미군 주둔비 증액을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에서 정부 훈장을 받는 등 자신의 친러 성향이 의회 인준에 장애물로 등장하자 틸러슨 지명자는 “러시아는 미국에 위험한 나라로 영원히 친구가 될 수 없을 것 같다”면서 러시아의 해킹을 통한 미 대선 개입을 인정하며 대러 제재를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세상을 더 낫게 만들 수단과 윤리적 기준을 갖춘 지구 상의 유일한 슈퍼파워”라며 인준안이 통과되면 트럼프 당선인의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한 외교정책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