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폭스바겐에 이어 미국 자동차 업체 피아트크라이슬러(FCA)도 디젤차량 배출가스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프랑스 당국도 지난해부터 배출가스 조작 의혹을 받아온 프랑스 르노자동차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는 등 글로벌 자동차업계에 제2, 제3의 폭스바겐 사태가 터질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이날 성명을 통해 FCA의 일부 디젤차량에서 배출가스 조작 프로그램이 설치된 것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EPA는 “미국에서 판매된 ‘지프 그랜드 체로키’와 ‘닷지램 1500’에 문제의 소프트웨어가 설치됐다”며 “두 차량은 실제 도로주행에서 당국의 허용범위를 넘는 질소산화물(NOx)을 배출하게 된다”고 밝혔다. EPA는 차량 엔진에 배기가스 배출에 영향을 주는 소프트웨어를 설치하고 공개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법률 위반”이라며 추가 조사 후 고발 등 법적 조치를 취할 것임을 예고했다. WSJ는 EPA가 과거 폭스바겐 디젤차량 배출가스 조작을 밝혀낸 적이 있다면서 이번 조사 결과도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EPA의 발표에 FCA는 즉각 관련 사실을 부인했다. FCA는 이날 성명을 통해 “EPA의 무책임한 조사 결과에 실망했다”며 “FCA의 디젤차량은 미 당국이 요구하는 규제요건을 모두 충족한다”고 주장했다. 세르조 마르키온네 FCA 최고경영자(CEO)는 기자회견에서 “FCA는 불법행위를 하지 않았다”며 “차기 행정부와 협조해 관련 의혹을 해명하겠다”고 설명했다.
프랑스의 르노자동차도 검찰 수사 선상에 올랐다. 13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르노가 디젤차 배출가스 테스트에서 배출량을 조작한 혐의에 대해 프랑스 검찰이 예비 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르노는 지난해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사태가 불거진 후 배출가스 조작 의혹을 받아 왔으나, “제품이 판매되는 모든 시장에서 법규와 규정을 준수해왔다”며 배출가스 테스트 조작 소프트웨어 사용 혐의를 부인해왔다.
시장은 제2의 폭스바겐 사태 발발에 대한 우려로 크게 출렁거렸다. 12일 EPA의 발표 후 뉴욕증시에 상장된 FCA 주가는 10% 이상 급락했다. 스캔들이 다른 자동차 회사로 확산될 가능성에 독일 BMW와 다임러 등의 주가도 유럽증시에서 주가가 3%가량 떨어졌다. WSJ는 EPA가 주장하는 내용이 모두 사실로 드러날 경우 FCA가 최고 46억달러(약 5조4,146억원)의 벌금을 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날 FCA 여파로 2.6% 하락한 르노차 주가는 13일 검찰 조사 보도에 장중 한때 7%까지 급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