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의 안쪽 망막 중심부에는 물체를 선명하게 볼 수 있게 해주는 신경조직인 황반(黃斑)이 있다. 노란색 원반 모양인데 시세포와 시신경이 집중돼 있어 시력 및 색각 구분에 핵심적 기능을 한다. 물체의 상이 맺히고 시각정보를 전기신호로 바꿔 대뇌로 보내주는 망막 기능의 90% 이상을 담당해서다.
황반이 노화, 흡연, 유전적 요인, 독성, 염증 등으로 변성되면 초기에는 글자나 물체가 비뚤어지거나 찌그러져 보이고 시간이 흐를수록 시야의 중심 부분이 흐려지다 보이지 않게 된다. 그래서 안경으로 교정이 불가능하고 자칫 실명할 수도 있다. 연간 16만명가량이 이 질환으로 진료를 받는데 80%가량은 60세 이상이고 50대도 15%쯤 된다. 그만큼 노화와 관련이 깊다.
황반변성의 80~90%는 건성(비삼출성)인데 노화 노폐물 ‘드루젠’이 침착돼 서서히 황반부 시세포의 위축이 진행된다. 망막과 여기에 산소·영양물질을 공급하는 혈관들이 있는 맥락막 위축이 나타나는 후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시력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다만 습성(삼출성)으로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정기 검진과 금연, 항산화비타민·아연보충제 복용 등 악화를 막는 데 신경을 써야 한다. 고혈압, 고지혈증, 심혈관계 질환을 조절하고 강한 자외선 노출을 피하는 것도 중요하다.
김윤전 서울아산병원 안과 교수는 “황반변성이 한쪽 눈에만 생기면 증상을 잘 느끼지 못해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기 쉽다”며 “밝은 빛 아래에서 한 눈씩 가리고 격자무늬(암슬러 그리드)를 보면서 가운데 검은 점을 응시할 때 주위의 선이 휘어 보이거나 네모 칸들의 크기가 달라 보이는지, 비어 있거나 희미하게 보이는 부위가 있는지 확인해보면 조기 발견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습성 황반변성은 노화 등으로 망막과 황반에 산소공급이 적어져 혈관층(맥락막)에 새 혈관들이 마구 생겨나 망막층까지 침범해 발생한다. 신생혈관들은 잘 터지기 때문에 망막·황반부위를 삼출물과 피로 오염·손상시키고 황반 시세포·시신경과 망막세포들을 파괴한다. 이런 병변이 황반과 가까울수록 초기부터 시력저하가 나타나며 방치할 경우 2년 안에 실명할 수 있다.
시력 상실을 예방·억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황반변성을 조기에 발견하고 빨리 치료받는 것이다. 습성 황반변성 치료법으로는 맥락막에 신생 혈관이 생기는 것을 억제하는 항체 주사제를 쓰거나 신생 혈관에 레이저광선을 쪼여 없애는 방법(레이저 광응고술, 광역학 치료)이 있다. 주된 치료법인 항체 주사제는 효과가 좋고 부작용이 적지만 효과가 일시적이어서 1년에 평균 6회 이상 맞아야 하고 가격이 비싼 게 흠이다. 오래된 신생 혈관으로 망막에 흉터가 생기거나 신경세포 손상이 진행된 뒤에는 주사를 맞아도 효과가 떨어지거나 없는 경우가 많다.
환자 부담을 낮춰줄 새로운 습성 황반변성 치료법 개발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노영정(여의도성모병원), 강승범(대전성모병원) 가톨릭대 의대 안과 교수팀은 실험 쥐의 눈에 금 나노입자를 주입하면 맥락막 신생혈관을 현저하게 억제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지난해 말 국제학술지 ‘안과·시각과학 연구(IOVS)’에 발표했다. 실험 쥐를 대상으로 한 것이지만 세계 최초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연구팀은 맥락막 신생 혈관을 유발한 실험용 수컷 쥐 40마리 중 20마리에만 20㎚의 금 나노입자를 눈에 주입하고 2주 뒤 이를 넣지 않은 대조군 20마리와 비교했다. 그 결과 금 나노입자를 주입한 쥐는 맥락막 신생혈관의 면적이 대조군보다 68% 감소했다. 신생혈관 형성을 유도하는 인산화효소가 억제된 결과다.
노 교수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도 금 나노입자가 습성 황반변성 치료 및 재발 억제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20㎚의 금 나노입자는 인체에 무해하고 기존 단백질 항체 주사제보다 제조비용이 저렴한데다 눈 속에서 좀 더 안정적으로 체류해 효과가 오래 지속된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금 나노입자는 류머티즘 질환, 암 치료분야에서 다양하게 응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