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방송되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비선의 그림자 김기춘 - 조작과 진실’편이 전파를 탄다.
작년 11월 언론에 처음 공개된 故 김영한 민정수석 비망록! 청와대 수석회의 내용이라곤 믿기지 않는 충격적인 내용이 적혀있었다. 지시의 주체는 바로 김기춘 전 비서실장(長). 박정희-박근혜 2대를 최측근에서 보필한 김 전 실장은 누구보다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며 정치권력의 핵심 자리를 지켜왔다.
비망록은 김 전 실장이 국정농단 핵심 공범임을 입증해 줄 증거가 되는 듯 했다. 그러나 2016년 12월 7일 최순실 국정농단 2차 청문회장에 모습을 드러낸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국정농단의 주범 최순실을 모를뿐더러 심지어 비망록의 ‘長’ 역시 모두 본인의 지시사항은 아니라고 부인했다. 그의 말은 어디까지가 진실인가?
“지시하고 조작하고 언론까지 장악해서 진짜 시나리오 쓰고, 머리는 김기춘이다”
- 세월호 유가족 김영오씨 인터뷰 中
제작진은 얼마 전, 세월호 유가족 김영오씨를 만났다. 딸을 잃은 지 천일이 다 돼 가던 때였다. 그는 故 김영한 민정수석 비망록을 보고 설마 했던 일들의 퍼즐이 그제야 맞춰지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2014년 8월22일 단식 농성 40일 째, 병원에 실려 간 그 다음날부터 이상한 상황이 벌어졌다. 돈 때문에 딸을 파는 파렴치한이라는 비난적인 여론몰이 기사들이 쏟아졌다. 그 무렵 고향에도 낯선 이들이 김영오씨의 신상을 캐고 다녔다고 했다.
이즈음 8월 23일자 비망록에 “자살방조죄, 단식은 생명 위해행위이다, 국민적 비난이 가해지도록 언론지도” 라 쓰여 있다. 김영오씨의 고향인 정읍 사찰 내용역시 비망록에 포함되어 있었다. 국정전반을 책임져야 할 청와대가 개인을 사찰하고 여론조작에 앞장 선 것이다.
“박정희 뒤에 있는 김기춘 얼굴도 다른 걸로 바꾸고..광주정신 특별전에서, 최고 권력에 대해 이 정도 풍자도 못하게 한다면 이 비엔날레는 없애야죠.“
- 홍성담 화백 인터뷰 中
민중화가 홍성담 화백 역시 세월호사건과 대한민국 정부를 표현한 초대형 작품 전시가 무산되는 경험을 우리에게 전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표현한 것이 문제가 되어, 보수단체로부터 고소를 당하게 되는데 故 김영한 전 수석의 비망록에 ‘애국단체 명예훼손 고소’가 적힌 바로 그 다음날이었다. 비망록엔 홍성담 화백의 이름이 무려 14차례나 등장한다.
청와대가 나서서 개인을 사찰하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것 자체가 민주주의 국가에서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이다. 뿐만 아니라 비망록엔 청와대가 사법부까지 사찰한 정황도 드러나 있다. 이 모든 것의 이유는 하나였다. 대통령의 뜻에 반하기 때문이었다.
“회색지대는 없다 (…) 이념 대결의 장으로 이해를 해야 된다 (…) 정권 대통령에 도전하는 것은 두려움을 갖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어김없이 그 곳엔 ‘長’의 지시사항임이 적혀있었는데... 김기춘 전 비서실장(長), 그는 정말 모르는 것일까? 그렇다면 청와대 내에서 장의 이름으로, 개인과 사법부를 사찰하고 여론을 조작하는 전횡을 저지를 수 있는 이는 누구인가?
“김기춘은 그 후에도 우리가 무죄 받은 사실에 대해서도 모른다 하고 국가안보를 위해서 많은 공이 있다고 훈장도 받았습니다. 유신시대부터 지금까지 그가 저지른 일들 낱낱이 밝혀져야 합니다“
- 강종건(학원침투 간첩 조작사건 피해자) 인터뷰 中
“역사의 법정에서 모릅니다, 기억이 없습니다, 하는 말은 통하지 않습니다.”
- 강종헌(학원침투 간첩 조작사건 피해자) 인터뷰 中
여론을 조작해 진실을 감추는 지금의 이 상황과 닮아있는 사건이 있다. 24살에 사형수가 되어 13년을 감옥에서 보낸 재일동포 간첩 조작사건 피해자 강종헌씨를 일본 교토에서 만날 수 있었다. 11.22 사건이라 불리는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 사건’. 독재정권에 항거하는 이들을 잠재우기 위해 국가 안보를 핑계 삼아 무고한 청년들을 간첩으로 만들어야 했던 이 사건의 책임자는 그 당시 대공수사국장이던 김기춘이었다.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시절을 감옥에서 보냈던 간첩조작사건 피해자들이 최근에야 재심을 통해 무죄가 입증되고 있지만 여전히 책임자로부터 어떠한 사과도 받지 못하고 있다. 김기춘 전 실장은 이 사건에 대해 알지 못한다로 일관하고 있다. 우리가 만난 강종헌씨는 이에 대해 지나간 날이 억울하다곤 생각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진실을 밝힐 것을 당부했다. 거짓이나 변명이 통하지 않는 역사의 법정에 설 것을 말이다.
[사진=S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