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여성의 인권 침해는 아직까지도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과제입니다. 위안부 같은 국제 인권유린을 해결하기 위해 아시아인권재판소를 세워야 합니다.”
박한철(사진) 헌법재판소장은 2015년 12월28일 한국과 일본 정부가 맺은 ‘위안부 합의’에 긍정적 평가뿐 아니라 부정적 평가가 함께 제기된다고 지적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헌재는 15일 이 같은 주장이 담긴 박 소장의 ‘아시아 지역의 기본권 신장과 평화를 위한 국제협력’ 기고문을 공개했다. 그는 “대한민국과 일본이 과거보다 진일보한 합의를 이뤄내고 한일 양국이 함께 미래로 나아가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있다”면서도 “일본 정부가 ‘법적 책임’을 인정하고 진정한 사과를 했는지, 10억엔이 법적인 손해배상금인지 불명확하며 피해자의 의사를 배제한 합의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박 소장의 기고문은 헌재가 아시아헌법재판소연합(AACC) 연구사무국 출범에 맞춰 발간한 ‘글로벌 입헌주의와 다층적 인권보장의 전망’이라는 기고문집에 실렸다. 헌재는 애초 기고문집 출판기념행사를 계획했지만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에 집중하기 위해 취소했다.
박 소장은 기고문을 통해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배상청구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체적 노력을 다하지 않은 것이 위헌이라고 본 2011년 8월 헌재 결정을 소개하며 이후 일본 정부의 책임을 인정하고 일본 측이 약 10억엔을 출연하는 대신 이 문제를 최종적·불가역적으로 마무리하기로 한 양국의 합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독일은 일본과 달리 1970년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가 폴란드 바르샤바 유대인 희생자 추모비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무릎을 꿇거나 2013년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뮌헨 인근 나치 강제수용소 추모관에서 나치 범죄의 책임을 반성했다고 예시했다. 그는 “이를 통해 독일은 피해자와 인근 국가를 비롯한 세계의 마음을 열었고 존경받는 국제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었으며 이는 유럽연합으로 이어지는 지역 평화협력의 밑바탕이 됐다”고 여전히 ‘진정한 사과와 반성’을 계속 의심받는 일본 측의 대처를 꼬집었다.
박 소장은 위안부 문제와 같이 개별 국가의 범위를 넘어서는 인권침해 문제를 해결하려면 다자간 국제조약에 근거한 지역 인권보장기구가 필요하다며 ‘아시아 인권재판소’를 창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아시아인권재판소는 일본군 위안부 사건과 같이 지난 세기 아시아에서 발생했던 여러 인권유린 행위를 다시는 반복하지 않고 미래지향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흥록기자 ro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