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종목·투자전략

최순실 국정농단사태이후 백화점株 시총 2조원 증발

대통령 1차 사과 이후 백화점 주가 급락

소비심리 위축 속 고소득층도 지갑 닫아

지난해 4분기 이후 실적 전망치도 줄하향

불황 덜 타는 편의점은 올들어 회복세 보여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얼어붙은 소비심리가 좀처럼 되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중산층 이상의 고소득층이 주로 이용하는 백화점 주가마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최순실 사태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지난 3개월 간 국내 대형 백화점들의 시가총액은 2조원 가까이 사라졌다. 반면 소비심리에 덜 영향을 받는 편의점은 신년 들어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롯데쇼핑(023530)과 신세계(004170), 현대백화점(069960) 등 국내 대형 백화점 3사의 시가총액을 집계한 결과 박근혜 대통령의 1차 대국민 사과 발표 전날인 지난해 10월 24일 12조1,876억원에서 지난 12일 10조5,178억원으로 석 달새 1조7,000억원 가까이 급감했다. 업체별로는 현대백화점(-22.1%), 신세계(-16.3%), 롯데쇼핑(-9.7%) 등의 순으로 하락 폭이 두드러졌다. 백화점 ‘빅3’의 주가가 곤두박질치면서 코스피 유통업종지수 역시 같은 기간 10% 넘게 급락했다.



백화점업계의 주가 급락은 저소득층은 물론 고소득층까지 계층을 가리지 않은 극심한 소비 부진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0월 말부터 본격화된 국정혼란은 정치적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면서 소비심리를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박종렬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최순실 사태에 따른 국정혼란으로 소비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소비절벽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소비침체는 경제성장률마저 떨어뜨리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3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직후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8%에서 2.5%로 하향 조정한 배경으로 ‘민간소비 둔화’를 꼽았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해 1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94.2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수준까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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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들은 백화점업체의 지난해 4·4분기 이후 실적 전망치를 일제히 하향 조정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롯데쇼핑과 현대백화점의 지난해 4·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3개월 전보다 6% 가량 낮아졌다. 올해 상황도 녹록하지 않다. 신세계의 올 1·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3개월 전보다 11% 넘게 줄어들었고 롯데쇼핑(-6.56%)과 현대백화점(-5.14%)도 1·4분기 실적 눈높이가 내려갔다. 이남준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불안정한 정국으로 소비심리는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이라며 “아직 뚜렷한 소비심리 개선 징후가 보이지 않는 만큼 올해 백화점 실적 전망치의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편의점주는 올해는 상승 탄력을 받을 수 있다. GS리테일은 지난 13일 주가가 4만9,500원까지 상승하며 5만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GS리테일의 편의점 부문 매출액은 2014년 3,502억원에서 지난해 증권가 예상 5,589억원을 기록하며 꾸준히 실적이 오르고 있다. 지난해 말 8만3,000원대에서 정체했었던 BGF리테일도 지난주에만 주가가 4% 이상 오르며 13일 8만8,200원까지 주가가 상승했다. 이지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편의점 업종의 성격상 최근 소비심리악화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전했다.

김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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