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정치인 명절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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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설 연휴에 고향에 내려갔다가 총선에 출마하는 선배를 찾았다.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되지는 않았지만 그는 지역에서 사무소를 열고 표밭을 갈고 있는 중이었다. 사전에 전화를 하고 방문 시간을 잡았으나 정작 사무실에 도착하니 문은 닫혀 있고 두 시간이나 기다려서야 간신히 만났다. 설 전날이라도 행사 일정으로 늦었다는 그의 그날 일정은 모두 7개였다. 그는 설 당일에도 새벽에 제사를 지내고 집을 나와 하루 종일 지역구 곳곳을 누벼야 한다고 정치 신인의 고충을 토로했다.


선거가 있는 해의 명절은 정치인에게 특히 중요한 기회다. 지지율에서 앞선 후보는 승세를 굳히는 계기로, 뒤진 후보는 반전을 노리는 승부처다. 그래서 신문에서는 이른바 ‘설 민심’ ‘추석 민심’이라는 기사가 명절마다 단골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수천만명이 이동하고 고향에서 친지와 친구들을 만나면 자연스럽게 ‘정치’ 얘기가 화제가 되는 것이 ‘한국인의 기질’ 이라는 오래된 상식에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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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에게 명절 기간은 위험도 동시에 초래한다. 19대에서 낙천하고 지난 총선에서 여의도로 입성한 어느 의원은 첫 번째 도전에서 선거법 위반으로 곤욕을 치른다. 전화를 받는 사무보조원들에게 설 전날 귀향 선물이라고 상품권 10만원을 줬다가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개정된 선거법에 밝지 못한 그는 사무보조원이 선관위에 등록되지 않은 자원봉사자 신분이라는 것을 간과한 것이 사달이 난 것이다.

올해 설 명절만큼은 이래저래 정치 얘기가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 화제에 오를 것이 분명하다. 당장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으로 대통령선거가 앞당겨지는데다 이에 앞서 4월에는 ‘미니총선’ 규모라는 재보선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여야 4당의 의원 33명에 대한 선거법 재판이 진행 중이기도 하다. 어차피 할 정치 얘기라면 이제 ‘인물’보다 후보들이 내놓는 국가와 지역의 비전과 정책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어떨까. 정치를 제대로 변화시키기 위해서라도. /온종훈 논설위원

온종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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