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정권의 꽃보직은 옛말" 수은 설립 최초 내부 행장론 솔솔

4월 조기대선 유력한 상황서

'임시·시한부행장' 가능성 커

구조조정·대우조선 복병도 있어

"책임론 맞을라" 관료들 기피



대통령 탄핵 사태로 국정이 사실상 마비된 가운데 대표적인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에서 전례가 없었던 내부행장론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행장 임기 만료와 조기 대선 시점이 맞물리면서 ‘어부지리’로 내부에서 후임 행장이 선임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인데 실제로 내부 출신 행장이 선임되면 지난 1976년 수은 설립 이래 첫 내부 출신 은행장이 나오게 된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산하 공기업인 수은의 행장 자리는 그간 정권의 ‘꽃보직’으로 불려왔다. 이런 이유로 역대 정부와 정권의 유력 실세가 항상 행장으로 선임됐다.

양천식 전 행장은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출신, 진동수 전 행장은 재정경제부 차관, 김동수 전 행장 역시 기획재정부 차관 출신이고 김용환 전 행장은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출신이었다. 이덕훈 현 행장 역시 관료는 아니지만 ‘서금회’ 출신으로 대표적인 친박 인사로 꼽히는 인물이다.


이덕훈 수은 행장의 임기는 오는 3월4일까지다. 이 행장이 임기를 채운 후에도 후임이 정해지지 않으면 정관상 임기 연장 없이 수은 수석부행장인 홍영표 전무가 행장을 ‘대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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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행장론이 나오는 것은 행장 임기 만료와 조기 대선 시점이 공교롭게 맞물렸다는 점 때문이다. 수은 행장은 정권 실세라는 상징성이 큰데 상반기 조기 대선이 유력한 상황에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행장 임기 만료 시점에 맞춰 차기 행장을 선임하면 새로 선임된 행장의 입지가 애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임시 행장’이나 ‘시한부 행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여기에 최근 몇 년간 수은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부침을 겪으면서 관료들에게 수은 행장 자리의 매력이 예전만 못해졌다는 점도 내부행장론에 힘을 실어준다. 수은 행장의 경우 기존에는 정권의 알짜 자리로 통했지만 연봉 수준이 기존 은행장 대비 턱없이 낮은데다 경기악화로 인한 구조조정의 상시화가 예고된 상황에서 인기도 떨어지고 있다. 특히 대우조선해양 문제가 후임 행장 선출의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은의 대우조선 익스포저는 9조6,000억원으로 채권 은행 중 가장 많다. 금융당국의 한 고위 임원은 “만약 대우조선해양의 구조조정이 다시 후임 행장이 그에 대한 책임을 모두 덮어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책은행 관계자는 “내부 행장은 국책은행 직원들 사이에서는 현실감 없는 얘기로만 통했는데 최근 들어 내부 행장 가능성이 제기되는 게 사실”이라며 “다만 내부 행장이 조직역량이 성숙해진 데 따른 결과가 아니라 상황 논리에 따른 것이어서 안타까운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김보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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