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특검 '이재용 영장' 16일 결정] 李 구속 땐 경제파장 무시못해…혐의 적용 놓고 사흘째 '장고'

특검 "경제는 고려 대상 아니다"서 입장 변화

경영 공백 등 대내외 부정적 영향까지 따져

수사 마무리되면 '朴대통령 뇌물죄' 파고들 듯

15일 오후 서울 대치동 특검 기자실에서 이규철 특검보가 이재용 부회장 영장 청구 등 관련 브리핑을 갖고 있다./송은석기자15일 오후 서울 대치동 특검 기자실에서 이규철 특검보가 이재용 부회장 영장 청구 등 관련 브리핑을 갖고 있다./송은석기자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을 파헤치는 박영수 특별검사가 1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결정을 앞두고 고심에 빠진 이유는 사안이 그만큼 중대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삼성 수사는 박근혜 대통령의 ‘뇌물죄’ 혐의를 입증하는 데 핵심 연결고리로 꼽힌다.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에 어떤 혐의를 적시할지가 박 대통령 수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사실상 삼성그룹 총수인 이 부회장의 구속이 국내외 경제에 미치는 파장도 무시하지 못할 요소다.

특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가 15일 브리핑에서 “그동안 제기됐던 모든 사정을 고려해 법과 원칙에 따라 결정할 예정”이라고 거듭 강조한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 부회장 구속영장 청구를 두고 특검이 ‘장고(長考)’를 거듭하고 있는 배경에는 구속영장에 명시할 혐의가 자리하고 있다. 현재 이 부회장에 대해 적용할 혐의는 세 가지다. 이 가운데 ‘뇌물공여’가 특검의 우선 고려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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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최순실(61)씨 협박 등 압력에 못 이겨 거액을 지원했고 이마저도 최지성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의 판단에 따라 결정했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으나 특검은 이 부회장이 직접 지시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앞서 12일 22시간에 걸친 ‘마라톤 조사’에서 비슷한 맥락으로 진술했다고 전해지고 있지만 특검은 그가 최씨 모녀 지원과 미르·K스포츠재단 기부금 출연 등을 결정하는 최고 결정권자인데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최대 수혜자라는 점에서 뇌물공여 혐의 적용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지난 2015년 7월 박 대통령과의 ‘독대’ 이후 최씨 모녀에 대한 지원이 급물살을 탄 점도 특검의 판단을 뒷받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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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특검은 그의 구속영장에 위증 혐의도 함께 올린다는 방침이다. 국회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특위는 11일 특검의 고발 요청에 따라 같은 날 이 부회장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승마협회 지원은 대가성이 없었고 ‘합병 로비’도 없었다”는 국회 청문회 답변 가운데 위증의 단서를 발견했다는 특검의 입장이 받아들여진 셈이다. 다만 이 특검보는 “횡령·배임 혐의 적용에 관해선 결정된 바 없다”고 말을 아꼈다.

특검은 앞서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금액이나 최씨 일가에 지원한 돈이 회사 자금이라는 점에서 이 부회장에 대해 횡령·배임 혐의를 적용하는 부분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특검은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결정에 앞서 뇌물공여·위증 등 혐의 외에 그를 구속하는 데 따른 사회·경제적 파장 등도 종합적으로 따져보고 있다. 혐의가 충분히 입증된 만큼 구속 수사해야 한다는 의견에 맞서 국내 최대 기업의 총수를 구속했을 때 국내외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차츰 고개를 들면서 경제적 충격, 경영 공백 등까지 논의 대상으로 올릴 것이다. 수사 초기 특검은 “경제적 영향은 수사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날 브리핑에서는 “그동안 제기된 모든 사정을 고려해 결정하겠다”며 다소 달라진 태도를 보였다. 특검이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두고 고심한 흔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특검은 다양한 사정을 고려해 이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지를 정하는 한편 최 부회장과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 등 그룹 수뇌부에 대한 신병처리 방향도 함께 일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이 부회장의 신병 처리 등 삼성 수사를 이달 중 마무리하는 대로 삼성·청와대 간 ‘수상한 거래’의 정점에 서 있는 박 대통령 수사를 본격화한다는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법조계 일각에서는 특검이 설 이후 법리 검토를 마치고 다음달 중 청와대 압수수색은 물론 박 대통령에 대한 대면 수사에도 본격 착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안현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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