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정호(가명·51)씨는 최근 SNS인 페이스북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관심이 많은 최씨는 관련 뉴스들에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로 논쟁하고 최근에는 자신의 견해를 담은 게시물까지 직접 포스팅하며 하루 2시간가량을 페이스북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 지난 3년간 열심히 페이스북을 해온 장혜정(25)씨는 최근 페이스북을 탈퇴하고 다른 SNS인 인스타그램에 새로 계정을 만들며 ‘사이버 망명’을 했다. 인스타그램은 시각물 위주의 SNS로 2030 여성이 즐겨 사용한다. 최씨는 “잘 모르는 아버지뻘 되는 이용자들이 내 게시물에 댓글을 다는데다가 최근 보기 싫은 정치적인 게시글이 늘어 염증을 느꼈다”고 말했다.
모바일 기기 사용에 익숙해진 50대가 카카오스토리·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주역으로 떠오르면서 SNS 환경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SNS 이용추이 및 이용행태 보고서’에 따르면 50대의 SNS 이용률은 2013년 10.1%에서 2014년 21.5%, 2015년에는 30.4%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인구의 SNS 이용률이 31.3%에서 43.1%로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가파른 성장세다. 단순 이용률뿐 아니라 50대의 하루 평균 SNS 이용시간도 2014년 하루 46.3분에서 2015년에는 57.7분으로 늘었다.
50대의 참여 증가로 SNS 환경도 바뀌고 있다. ‘친교·교제’와 ‘개인적 관심사 공유’, ‘일상생활 기록’ 등의 목적에 더해 ‘정치적 견해 표현 및 홍보’ 목적으로 SNS를 사용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라는 특수성이 있기는 하지만 2016년 한 해 SNS상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가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등 시국과 관련한 게시물이었다는 점도 이 같은 변화를 반영한다. 일부 정치인들이 이 같은 흐름에 발맞춰 SNS를 통해 대선 출마 선언을 하는 등 ‘SNS 정치’에 나서면서 50대 아재들의 SNS 활용은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령화가 진행됨에 따라 이 같은 변화가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하면서 변화의 결과에 대해서는 엇갈린 전망을 내놓았다.
송경재 경희대 교수는 “이슈에 따라서는 SNS의 연령층 다양화가 세대 간 갈등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남북통일이나 국가대항전 경기 등 통합형 이슈의 경우에는 더욱 그 효과가 크다”고 내다봤다.
반면 ‘세대 간 갈등 확대, 소득에 따른 정보 격차’ 등의 우려도 제기된다. SNS 환경변화로 장씨처럼 50대가 거의 활용하지 않고 정치적 게시물이 적은 SNS로 옮겨가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SNS를 통해 세대 차이를 확인하게 되면서 세대 갈등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정동훈 광운대 교수는 “미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50대 중 연 소득이 6만~7만달러인 계층은 50% 이상이 SNS 활동을 하지만 연 소득이 3만5,000달러 이하인 경우는 SNS를 거의 하지 않았다”며 “소득에 따른 정보 격차 해소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