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초 중국 정부는 글로벌 조선업계가 깜짝 놀랄 만한 해양 플랜트 육성책을 전격 발표했다. 당시 7%대의 시장점유율로 해양 플랜트의 ‘변방’인 중국이 3년 내에 점유율을 3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었다. 일반 상선 건조 분야에서 세계 1위(수주잔량 기준)에 오른 고속 성장세를 프로젝트당 계약 규모가 수조원에 이르는 해양 플랜트 영역까지 확대하겠다는 중국의 선언은 사실상 전 세계 해양 설비 수주를 독식하던 한국을 향한 선전포고나 다름없었다. 당시 중국은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저장 설비(LNG FPSO)와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저장·재기화 장치(LNG FSRU) 등 집중 육성할 해양 플랜트 설비 분야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제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를 웃도는 ‘꼭지’를 찍었을 때 나온 중국의 이 같은 계획은 이후 유가가 급락하면서 사실상 흐지부지됐다.
중국이 최근 주요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 등을 계기로 국제 유가가 바닥을 찍고 회복 기미를 보이자 5년 만에 또 다시 ‘해양 플랜트 굴기(堀起)’를 들고 나왔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공업화신식화부는 최근 선박 건조 규모를 오는 2020년까지 5배가량 늘리고 해양 플랜트는 점유율 35%를 달성한다는 내용을 담은 조선산업 구조 개편·육성 방안을 발표했다. 중국 정부는 그러면서 조선소들이 해양 플랜트 설비와 같은 고부가 선박 건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R&D)은 물론 금융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조선업계는 중국의 이 같은 해양 플랜트 산업 육성책 발표 시기에 대해 ‘묘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국제 유가 회복 덕에 국내 조선소들이 과거 수주해놓은 해양 설비들을 속속 인도하기 시작했고 신규 수주도 조금씩 재개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유가 회복과 함께 국내 조선소들이 해양 설비 영업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시점에 중국 정부의 계획이 발표된 것은 한국 조선업계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어보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조선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중국이 과거 해양 플랜트 육성책을 발표했지만 유가가 바닥을 치면서 계획대로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면서 “최근 유가가 꿈틀거리니까 다시 한 번 산업을 키워보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삼성중공업은 새해 들어 1조5,000억원짜리 초대형 해양 프로젝트를 수주했고 대우조선해양도 연근해 시추 설비(잭업리그)를 발주처에 성공적으로 인도했다. 삼성중공업이 해양 플랜트 설비를 수주한 것은 1년 6개월만으로 최근 유가 회복이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중국의 이 같은 해양 플랜트 굴기 선언이 단기간에 영향력을 발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해양 플랜트 사업은 단순 선박 건조 능력 외에 설비에 대한 설계와 구매 능력들이 종합적으로 뒷받침돼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 자체적으로 보유한 해상 광구가 많고 시눅(CNOOC)과 같은 오일 메이저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해양 플랜트 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기회 요인이 많다는 분석도 있다. 홍성인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는 중국이 급부상하기는 어렵지만 국가적 영향력이 워낙 크고 해상 천연자원을 갖추고 있는 지리적 요건도 유리해 우리나라보다 해양 플랜트 산업 육성을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은 잭업리그 분야에서 지난 2013년 당시 세계 1위이던 싱가포르를 제치고 세계 최대 생산국으로 떠오른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 3사가 아직 구조조정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 업체들이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공격적인 수주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면서 “국내 조선업계가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는 이유”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