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당국자는 17일 “지난해 10월18일 필리핀 앙헬레스 자택에서 납치된 우리 국민 지씨가 납치 당일 목이 졸려 살해됐다고 필리핀 경찰청으로부터 통보받았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현직 3명, 전직 1명 등 필리핀 전·현직 경찰관들이 연루됐으며 납치범들은 지씨를 살해한 후 전직 경찰관이 운영하는 화장장에서 소각해 증거인멸을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현지 경찰관이 지씨의 목을 졸라 살해했으며 또 다른 공범인 경찰관이 자백했으나 살해 당사자는 자백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필리핀에 이민을 온 지 18년가량 된 것으로 알려진 지씨는 7∼8년 전부터 인력운영 업체를 운영하면서 지역사회에서 성공한 사업가로 꼽혔으며 범행을 주도한 현직 경찰(경사)과도 평소 아는 사이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경찰은 납치 당시 마약 관련 혐의가 있다며 가짜 압수영장을 제시하면서 자신의 부인 차에 지씨를 태워 데리고 간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 2주일가량 후에 몸값으로 800만페소(약 1억9,300만여원)를 요구한 납치범들은 지씨 가족으로부터 500만페소(1억2,000만여원)를 받고 지씨를 돌려보내지 않았다.
외교부 당국자는 “필리핀 당국에 철저한 수사를 요구하고 있다”면서 전·현직 경찰이 연루된 것과 관련, “국가 권력에 의한 사건이기 때문에 국가배상 등을 제기할 수 있는 건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페르펙토 야사이 필리핀 외교장관은 이날 윤병세 외교부 장관 앞으로 전화를 걸어 이번 사건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철저한 조사를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