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스타 TV·방송

[포인트뷰] ‘내성적인 보스’ 소통 로맨스 위한 극단적 캐릭터, 절반의 성공과 절반의 실패

‘또 오해영’으로 ‘로코장인’이라는 평가를 들었던 송현욱 PD가 ‘소통 로맨스’라는 키워드를 앞세운 신작 ‘내성적인 보스’를 들고 돌아왔다. 과연 송현욱 PD는 ‘내성적인 보스’로 ‘또 오해영’의 신화를 재현할 수 있을까?

16일 첫 방송된 tvN 월화드라마 ‘내성적인 보스’는 극도로 내성적인 성격의 홍보사 CEO 은환기(연우진 분)와 초강력 친화력을 지닌 신입사원 채로운(박혜수 분)이 펼치는 ‘소통 로맨스’라는 이야기를 앞세웠다.


방송 전 공개된 ‘내성적인 보스’의 줄거리만 본다면 내성적인 성격의 남자 주인공과 외향적인 성격의 여자 주인공. 서로 다른 성격의 두 남녀가 코믹한 에피소드 속에서 서로의 성격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하나가 되어가는 모습이 먼저 떠오른다. 서현진과 에릭이라는 개성 넘치는 두 주인공의 이야기 위에 에릭의 미래를 보는 설정이 더해지며 독특함을 더한 ‘또 오해영’의 영광을 송현욱 PD가 재현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물씬 들 법도 하다.

tvN ‘내성적인 보스’ / 사진 = tvN ‘내성적인 보스’ 방송화면 캡처tvN ‘내성적인 보스’ / 사진 = tvN ‘내성적인 보스’ 방송화면 캡처




‘내성적인 보스’의 시작은 흥미로웠다. 첫 장면부터 한 여자가 옥상에서 투신자살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미스터리를 선사하더니, 이어서 주목받기 좋아하는 성격을 지닌 브레인 홍보의 대표이사 강우일(윤박 분)이, 극도로 내성적인 성격의 CEO 은환기(연우진 분)의 지시대로 대작 오페라의 홍보 PT를 성공시키는 모습으로 화려함을 부각시켰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캐릭터들이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내성적인 보스’는 삐걱대기 시작한다. 연우진의 캐릭터는 내성적이라는 표현 정도가 아니라 사람들과 얼굴을 마주하는 것조차 병적으로 피하는 대인기피증 환자에 가까웠고, 박혜수 역시 입사 첫 날부터 연우진과 접촉사고를 낸 후 범인을 잡겠다며 출근도 하지 않고 사장실에 들어가 펜트하우스를 뒤지며 초강력 친화력이 아닌 오지랖 넓은 민폐 속성 캐릭터를 보여줬다.

관련기사



‘내성적인 보스’의 캐릭터들이 이처럼 극단적인 방향으로 설정된 것은 ‘소통 로맨스’라는 설정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선택이겠지만, 이처럼 지나치게 과한 설정이 첫 회부터 이어지며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는 데는 실패하고 말았다. tvN 월화드라마에서 그동안 ‘또 오해영’의 에릭이나 ‘혼술남녀’의 하석진처럼 독특하고 괴팍한 성격의 캐릭터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내성적인 보스’의 연우진은 1회의 부제인 ‘오페라의 유령’처럼 아예 모습을 드러내기조차 힘든 캐릭터로 설정되면서 공감대의 폭을 줄였다.

소소한 로맨스를 기대한 시청자들에게 ‘내성적인 보스’의 미스터리를 내세운 이야기 구조 역시 절반의 성공과 절반의 실패가 될 가능성이 높다. 송현욱 PD의 전작 ‘또 오해영’은 일상적인 기운 속에 에릭의 ‘환영’이라는 판타지 요소를 양념처럼 첨가한 후, 점차 비중을 늘려가며 성공적으로 방향을 전환하는데 성공했고 이 선택은 시청자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다.

반면 ‘내성적인 보스’는 1회부터 한 여자의 투신자살이라는 충격적인 비주얼로 시작해 채로운(박혜수 분)이 언니의 죽음에 대한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위장입사를 한다는 설정을 1회부터 제시하며 처음부터 너무나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시작한다. 여기에 대인기피증에 시달리는 연우진이 유일하게 마음에 품은 사람이 박혜수였다는 엇갈린 설정이 더해지며 혼란을 가중시킨다.

‘소통 로맨스’를 표방한 ‘내성적인 보스’의 관건은 시청자들에게 인물들이 변화하는 것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보여줄 수 있느냐의 문제다. 그런 점에서 ‘내성적인 보스’의 진정한 평가는 향후 연우진과 박혜수가 만들어갈 에피소드를 지켜본 후 평가를 해야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첫 방송이 드라마의 향후 전개에 대한 기대감을 좌우하는 것을 감안하면, 극단적인 캐릭터와 극단적인 사건을 선보인 ‘내성적인 보스’의 선택은 시청자와의 ‘소통’에서는 그닥 합격점을 받지 못한 것 같다.

원호성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