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오브뉴욕(BNY)멜런은 지난해 11월 말 외국계 금융사로는 처음으로 금융위원회로부터 종합신탁업 인가를 받았다. 이는 세계 1위의 신탁은행인 BNY멜런의 한국 내 사업 확장을 의미했다. 종합신탁업 인가를 갖추면 금전(돈)을 비롯해 다양한 자산을 모두 취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리 루(사진) BNY멜런 아시아·태평양 지역 기업신탁사업 대표는 서울경제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 기업이 전 세계 시장에서 신탁을 통한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더 많이 발행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BNY멜런의 수탁액은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30조5,000억달러(약 3경6,000조원)에 달하며 전 세계 35개국에 영업망을 갖추고 있다. 한국에서는 지난 1988년 지점을 내고 영업을 시작했다.
루 대표는 “종합신탁업 인가로 금전채권·유가증권·동산·무체재산권(특허·지적재산권 등)을 활용한 ABS 발행이 가능하게 된 만큼 해외에서 보기에도 더 많은 투자 대안이 생긴 셈”이라며 “아시아 지역 중에서도 한국 시장에 관심이 많은 투자가로서는 매력적인 변화일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탁(信託)은 개인의 자산관리에 활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기업의 자금조달 수단으로도 쓰인다. 예를 들어 대한항공이 지난해 7월 항공권 판매로 들어올 현금(매출채권)을 기초로 찍은 9,000억원 규모의 ABS가 대표적이다. 당시 대한항공은 판매대금 수취권(금전채권)을 신탁회사인 KDB산업은행에 위탁했고 특수목적법인(SPC)을 만들어 2년 만기의 3% 금리를 매긴 수익권증서를 발행해 투자자들에 판매했다. 다만 이 같은 수익권증서 형태의 ABS는 자본시장에서 자유롭게 거래될 수 없고 매매 시 신탁회사의 승인이 필요하다는 점이 일반 주식이나 채권과 다르다.
BNY멜런은 한국 금전채권신탁 규모가 오는 빠른 속도로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루 대표는 “한국의 금전채권신탁 수탁잔액은 2012년(68조원)부터 2016년(9월 말 기준·152조원)까지 4년 동안 2배 이상 증가했는데 앞으로도 비슷한 수준의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루 대표는 미국 뱅커스트러스트(BT)와 독일 도이체방크를 거쳐 2006년에 BNY멜런에 합류했다. 32년 이상 신탁 사업에 몸담은 전문가로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도 직접 기업 신탁 서비스를 제공한 경험이 있다. 루 대표는 BNY멜런의 강력한 신탁 시장 경쟁력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독립성과 재정 건전성을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지키면서 사업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