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김영란법 보완, 현실 적합성이 요체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17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령을 조속히 개정하는 데 합의했다. 당정은 이날 회의를 열고 지난해 시행에 들어간 김영란법으로 인해 농축산업자들이 어려움에 처했다는 지적에 따라 시행령 개정의 필요성에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당정은 특히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시행령 개정 검토 지시와 더불어 여야 4당 정책위의장들 또한 법 시행 후 발생한 문제를 국회에 보고해달라고 촉구한 점을 강조했다.


정부는 이미 관계부처 합동으로 시행령 개정을 위한 실무논의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 보완의 필요성이 제기될 때마다 요지부동이던 국민권익위원회도 이달 초 업무보고에서 “3만원(식사)·5만원(선물)·10만원(경조사)의 가액 한도는 절대 불변의 진리가 아니다”라며 가액 상향과 유권해석 완화로 방향을 선회했다. 법 취지에 대한 대중적 지지도야 높다지만 법 시행 후 드러난 소비위축, 서민 가계 피해 등의 문제점을 마냥 외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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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것은 개정 시기와 방향이다. 설 명절을 앞둔 시기인데다 조류인플루엔자(AI)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축산 농가에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라면 시행령 개정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물론 개정작업에는 입법예고, 법제·규제심사 등의 절차상 문제가 남아 있어 설 명절 이전에 완료하기 어려운 점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래도 2월 안에는 개정작업이 완료돼야 한다. 그래야 내수위축을 조금이라도 억제할 수 있을 것이다.

김영란법 시행령 개정에서 최우선 고려 사항은 ‘현실 적합성’이다. 지난해 말 이후 시행령이 제시한 3·5·10만원의 가액 기준이 무너지고 있음은 이미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부정부패 없는 청렴 사회를 만들기 위한 법 취지를 제대로 살리는 동시에 법이 사문화(死文化)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가액 기준을 현실에 맞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이 기회에 위헌성과 모호성 논란을 낳고 있는 법 적용 대상에도 손을 대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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