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가 경제를 좌우하는 이른바 ‘1코노미 시대’가 도래했다. 1코노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소비 트렌드도 크게 변화하고 있다. 날이 갈수록 증가하는 1인 가구는 향후 1코노미 시장의 새로운 파워 소비자가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전문직에 종사하는 30대 초반 여성 김모씨는 혼밥(혼자 밥 먹기)과 혼술(혼자 술 먹기)을 즐긴다. 혼자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10만원이 넘는 고급 코스요리를 즐겨 먹고, 맛집 배달 앱을 이용해 집에서 고급 요리를 주문해 먹기도 한다. 또 항공권을 판매하는 앱이나 호텔 숙박권을 판매하는 앱을 이용해 비즈니스 항공권이나 고급 호텔 숙박권이 싸게 나오면 주저하지 않고 구매한다. 세탁이나 집 청소도 O2O 앱을 이용해 간편하게 해결하고 고급 택시인 ‘카카오택시 블랙’도 자주 이용한다.
1인 가구의 증가로 혼밥, 혼술, 혼행(혼자 여행하기), 혼영(혼자 영화 보기) 등 ‘혼자’ 즐기는 문화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이 같은 트렌드를 반영해 최근에는 ‘1코노미(1conomy)’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1코노미는 1인과 경제를 뜻하는 이코노미(economy)의 합성어로, 자신을 위해 소비를 하고 혼자만의 생활을 즐기는 경제를 의미한다.
1코노미는 자신의 인생을 즐기려는 ‘욜로(YOLO·You Only Live Once)’ 라이프 확산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욜로는 미국 가수 드레이크의 노래 가사 ‘인생은 한 번뿐이지, 욜로(You only live once YOLO)’에서 유래했다. 욜로는 한 번뿐인 인생을 후회 없이 즐기며 살아가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미래를 위한 저축보다는 오늘의 나를 위해 맛있는 음식을 먹고 여행을 가는 것이 ‘욜로적 소비 형태’이다.
요즘 젊은 층을 ‘픽미 세대(pick-me generation)’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픽미 세대는 ‘나를 뽑아줘’ 세대다. 경쟁을 통해 뽑혀야 살아남는 TV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유래했다. 치열한 경쟁 환경 속에서 선택받고 싶은 욕망을 갖고 살아가는 세대라는 의미다. 픽미 세대는 결국 1인 가구로 연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향후 시장의 새로운 파워 소비자로 급부상하며 ‘1코노미’ 시대를 열어갈 주역으로 꼽힌다.
‘혼밥러(혼자 밥을 먹는 사람)’, ‘혼술러(혼자 술을 먹는 사람)’는 이제 유행을 넘어서 하나의 소비 트렌드로 자리를 잡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우리나라 1인 가구는 약 520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27%에 해당한다. 또한 2인 가구 비율도 26%로, 1~2인 가구를 합치면 전체 가구의 53%나 된다. 앞으로 1인 가구의 소비 금액은 민간 소비에서 점점 더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산업연구원은 1인 가구 소비 지출 규모가 2015년 86조원에서 2020년에는 120조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1코노미 시대의 스마트한 소비방식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는 ‘타임커머스(time commerce) 앱’이다. 타임커머스 앱은 유통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항공권이나 호텔숙박권 등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앱이다. 현재 다양한 종류의 타임커머스 앱이 국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또한 지마켓, 쿠팡, 티몬, 위메프 등 온라인쇼핑몰과 소셜커머스 기업들도 타임커머스 상품을 팔기 시작하면서 활용 분야는 점차 넓어지고 있는 추세이다.
체크인 시간이 임박할수록 가격 할인 폭이 커지는 호텔 타임커머스 앱은 빈 객실을 팔고 싶은 호텔과 비교적 저렴한 요금으로 이용하려는 소비자의 욕구가 맞아떨어지면서 인기를 얻고 있다. 호텔 타임커머스 앱으로는 호텔나우, 데일리호텔, 호텔타임, 세일투나잇, 체크인나우, 핫텔 등이 있으며 야놀자(호텔나우)와 여기어때(호텔타임) 등 기존 숙박 앱들도 경쟁적으로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다. 호텔 타임커머스 앱이 본격 등장한 2013년 7월 이후 시장 규모는 3년 만에 1,000억 원 규모로 커졌다. 실제로 호텔 예약 시 10명 중 3~4명은 호텔 타임커머스 앱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국내 호텔 타임커머스 앱의 순이용자 수는 100만 명으로 성장했다. 여름과 겨울 성수기에는 호텔 타임커머스 순이용자 수가 300만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출발 시간이 임박한 항공권을 저가에 판매하는 ‘땡처리 항공권’ 시장은 전년 대비 6배나 급성장했다. 항공권은 비행기가 이륙하는 순간 그 가치가 사라지기 때문에 팔지 못한 항공권은 초특가에 판매한다. 이 때문에 땡처리 항공권은 온라인쇼핑몰이나 소셜커머스 등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여행 상품으로 등극했다. 대표적인 항공권 타임커머스 앱으로는 세일투나잇과 플레이윙즈가 있다. 항공권 타임커머스 앱은 항공권 특가 정보를 실시간으로 알려주고 이용자가 관심 있는 지역이나 여행 일정을 저장해놓으면 각종 할인 정보 및 특가 정보를 받아볼 수 있다.
임박한 공연이나 전시회 티켓 등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문화 타임커머스 앱도 인기다. 타임티켓(Time Ticket)은 마감이 임박한 티켓을 싼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앱으로 연극과 뮤지컬, 콘서트 티켓을 최대 60%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캔고투(CANGOTO) 앱은 각종 전시회나 미술관, 박람회 등의 입장권을 할인해서 판매한다.
‘혼밥러’가 늘면서 직접 요리를 하는 것보다 맛집 배달 앱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음식점까지 오가는 수고를 덜고 간편하게 집에서 음식을 시켜 먹으려는 경향이 커지면서 새로운 외식 배달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배달을 하지 않았던 맛집의 음식을 배달해주는 맛집 배달 앱은 기존 배달의민족, 요기요, 배달통 같은 배달 중개 앱과는 성격이 다르다. 맛집 배달 앱인 식신히어로는 서울 강남 지역의 유명 맛집 200여 곳의 음식을 가정으로 배달해준다. 40분 내 쾌속 배달이 가능한 데다, 점차 서울 전역으로 배달 지역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식신히어로 같은 맛집 배달 앱으로는 배민라이더스, 푸드플라이, 띵동, 부탁해 등이 있다.
특히 맛집 배달 앱은 일종의 공간 혁명을 이뤄냈다. 소비자는 공간을 뛰어넘어 편리함을 추구할 수 있고 맛집은 공간의 제약을 해소하면서 추가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매출을 올릴 수 있다. 맛집 배달은 1인 가구의 증가와 현대인의 바쁜 생활 패턴에 따라 자연스럽게 등장한 신종 산업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맛집 배달 서비스는 시대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혼밥’의 시대는 배달 수요 증가를 이끌었다. 또 외식업체들은 비싼 임대료를 내며 매장 규모를 늘리는 대신 보다 실속 있고 매출 증대에도 도움이 되는 배달 서비스 강화에 나서고 있다.
1코노미 시대의 개인들은 무언가를 소유하기보다 공유와 경험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한다. 공유경제가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에어비앤비나 코자자 같은 숙박공유 서비스와 쏘카, 그린카 같은 차량공유 서비스들도 대거 성장했다. 바야흐로 우리나라에도 1코노미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는 것이다.
안병익 대표는...
국내 위치기반 기술의 대표주자다. 한국지리정보 소프트웨어 협회 이사, 한국공간정보학회 상임이사, 한국LBS산업협의회 이사를 역임했다. 지난 2000년부터 2009년까지 포인트아이 대표이사를 지냈고, 지난 2010년 위치기반 사회관계망서비스 씨온(현 식신 주식회사)을 창업해 현재 운영 중이다. 건국대학교 정보통신대학원 겸임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