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삼성 '쇄신 후폭풍' 거셀듯

법정공방 등 경영공백 불가피...대대적 '정풍운동' 예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법원 영장실질심사를 계기로 삼성은 그룹 문화와 인사 등에서 사실상 ‘정풍(整風)운동’에 버금갈 정도의 강력한 후폭풍에 휘말릴 것으로 보인다. 조의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8일 오전10시30분께 이 부회장에 대한 심문을 시작해 오후2시10분을 넘겨 종료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 부회장이 사익을 위해 회삿돈을 빼내 사상 유례없는 거액의 뇌물을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 측에 제공한 혐의가 무겁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했다. 이에 변호인단은 대가성과 부정청탁이 없었다는 점을 호소했고 박 대통령의 강압으로 지원을 결정한 것으로 사실상의 강요·공갈 피해자라는 점을 내세웠다.


삼성은 앞으로 수개월 동안 지루한 법적 공방을 벌여야 하고 재판 결과 그룹 최고위층의 처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비상경영체제가 불가피하다. 삼성그룹이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경영 시계 제로’ 상태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관련기사



이에 따라 지난 1938년 삼성상회로 출발해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선 삼성그룹은 창사 이래 최대 고비를 맞게 됐다. 2008년 비자금 특검으로 이건희 회장이 기소됐을 때보다 더 위험한 상황으로 내몰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부회장 신변이 불확실하고 경영활동에도 제약을 받게 됨에 따라 사장단·임원 인사, 사업개편, 미래전략실 해체, 지주회사 전환 등 굵직한 경영현안들도 하염없이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은 그룹 안정을 위해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등 미전실 핵심 수뇌부가 삼성을 이끌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고강도 쇄신 인사를 통한 그룹 정상화, 체질개선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중국 등 외국 정부가 ‘삼성=부패기업’이라는 낙인을 찍어 공공조달시장 참여, 인수합병(M&A), 대형 인프라사업 등에 제동을 걸고 나올 가능성도 있다. 이번 판결을 빌미 삼아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을 줄기차게 반대했던 엘리엇매니지먼트와 해외 투자자들이 투자자국가소송(ISD)을 제기할 수도 있다.

/김성수·서정명기자 vicsjm@sedaily.com

서정명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