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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들’ 순창 금산여관, 불편하지만 정겨운 곳의 매력

‘사람과 사람들’ 순창 금산여관, 불편하지만 정겨운 곳의 매력




18일 방송된 KBS1 ‘사람과 사람들’에서는 ‘ 마당 넓은 집, 하루 묵어가셔도 좋습니다’ 편이 전파를 탔다.


전남 순창에 참 별난 여관이 있다. ‘ㅁ’자 한옥, 겉보기에는 그럴싸하지만, 낡고 오래된 것들이 흔히 그러하듯 불편한 것 투성이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한 번 발을 디디면 하루가 이틀이 되고 삼일이 되는 일이 부지기수. 심지어, 아예 ‘세’들어 사는 이도 있으며, 이 여관이 좋아서 순창에 귀농한 이들도 상당수에 이른다.

1940년대 지어져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지만, 당시의 불편함까지 견뎌내야 하는 오래된 집,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 집에 편안히 몸을 누이고, 거쳐 가기를 원하며, 함께 살기를 원하는 이들까지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인지 오래된 여관방에 얽힌 사람 사는 이야기를 들어본다.

오래된 여관의 또 다른 매력은 목소리 큰 여주인 홍성순씨(51)다. 언뜻 고향집 누나 같고 어머니 같지만, 홍성순씨의 또 다른 예명은 ‘홍대빵’! 홍대장님이라는 뜻인데, 그녀가 원해서 그렇게 부르는 것 이 아니라 이 여관에 거처하다보면 저절로 그녀의 말을 따르게 된다는 뜻에서 손님들이 지어준 별칭이다.


마당 깊은 집에서 매일 하늘 보고 살고 싶어서 여관방 문을 열었다는 그녀. 한 때는 잘나가는 의류사업가, 2억 연봉에 남 부러울 것 없던 그녀지만, 지금의 여관방 주인장 노릇이 훨씬 행복하다며, 궂은일도 마다않는 이유는 무엇인지 홍대빵 그녀의 행복론을 오래된 여관의 일상을 통해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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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 여관에 발을 디디면, 호젓한 여행과 나홀로 삶을 뒤돌아보는 시간은 포기해야한다. 늦잠을 자면 주인장이 거침없이 방문을 열고 들어와 단잠을 깨우고, 같이 이야기 좀 나누자고 괴롭히니 이 집에서 요즘 유행한다는 혼여족(혼자 여행하는 사람)은 딴 나라 이야기나 마찬가지. 게다가 아침상, 저녁상 가리지 않고 대가족처럼 어울리는 것이 이 여관의 불문율이다 보니, 누가 주인이고 누가 손님인지 알 수 없을 정도다.

내 집에서는 귀한 딸 대접 받던 손님도 이 집에서는 두 팔 걷어붙이고 이불빨래에 청소에 설거지까지 즐거운 마음으로 돕게 된다는데... 떠나면 손님이지만 어울리면 식구가 된다는 묘한 여관. 초면이든, 숫기어린 총각이든, 마음의 담장이 하늘 끝까지 닿아있는 사람이든 누구나 친구가 되고 식구가 된다는 여관의 독특한 풍경 속으로 들어가본다.

사실 여관은 12년이나 방치된 폐가였다. 시대에 뒤처졌을 뿐만 아니라 너무 낡아서 한옥 건축업자들에게까지 쓸모없다는 판정을 받은 폐가. 그 폐가가 최근에 이르러서야 “오래돼서 쓸모없다”는 질책 대신 “불편하지만 정겹다”는 칭찬을 받고 있다. 옛날식 유리문의 정겨움과 낡은 전구 스위치에 얽힌 사연, 그리고 50년 된 욕조가 전하는 이야기까지 우리가 잊고 살았던 오래된 것의 미학을 오래된 여관과 그것을 아낄 줄 아는 사람들을 통해 들어본다.

[사진=KBS 제공]

전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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