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 가격을 무기로 국내 시장을 잠식한 중국산 오프셋인쇄판에 대해 우리 무역위원회가 최대 10%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중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각종 수입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벌어진 일이라 맞대응 성격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무역위원회는 20일 제362차 회의를 열고 지난해 국내 조판업체인 제일씨앤피㈜가 신청한 중국산 인쇄제판용 평면 모양 사진 플레이트(오프셋인쇄판)의 덤핑 여부를 조사한 결과 5.73∼10.00%의 덤핑방지관세 부과안을 기획재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내 산업의 실질적 피해를 추정할 수 있는 충분한 근거가 있다는 것이다. 관세 부과와 관련한 최종 결정은 기재부가 하지만 통상 무역위 건의는 덤핑방지관세 부과로 이어진다.
오프셋인쇄는 금속 인쇄판에 칠해진 잉크가 고무 롤러를 통해 종이에 묻도록 하는 인쇄기법으로 주로 달력이나 잡지 등을 대량인쇄할 때 사용한다.
국내 오프셋인쇄판 시장 규모는 약 1,300억원으로 이 가운데 중국산 점유율이 70%에 달한다. 지난 2015년 기준 오프셋인쇄판 국내 생산자는 제일씨앤피를 비롯해 모두 4곳으로 저가를 무기로 중국산 제품이 국내 시장을 잠식하면서 경영이 매우 어려운 상황으로 알려졌다. 이에 제일씨앤피는 지난해 8월5일 무역위원회에 중국 코닥그래픽커뮤니케이션 등 9개사의 오프셋인쇄판 덤핑 여부를 조사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특히 이번 판정은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한중 간 갈등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이뤄져 관심이 고조됐다. 지난해 11월 중국은 한국산 폴리실리콘에 대한 반덤핑 재조사에 착수했고 지난달 말에는 광섬유 반덤핑관세를 5년 연장하기로 해 ‘사드 보복’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무역위원회 관계자는 “중국산 오프셋인쇄판의 덤핑 사실과 그로 인한 국내 산업의 실질적 피해를 추정할 수 있는 충분한 증거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다만 중국산 제품에 대한 덤핑을 조사해달라는 신청은 이번 건을 포함해 2건으로 많지 않은 편”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무역위원회는 앞으로 3개월간 현지실사·공청회 등 본조사를 시행한 뒤 오는 4월께 덤핑방지관세 부과 여부를 최종 판정할 예정이다.
/세종=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