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트럼프 취임] 의회·연준 '큰 산' 넘어야 트럼프노믹스 실현

"감세·규제완화·재정확장으로

성장률 4%·일자리 2,500만개 창출"

트럼프 공약 실천 걸림돌 수두룩

재정확장에 옐런 "경기과열 우려"

개혁법안은 '의회반대' 충돌예고

보호무역주의로 경제타격도 예상

20년만의 호경기 이어갈지 주목

2115A08 미국 대통령 임기별 경제 성적 수정1


‘조지 H W 부시 집권 이후 가장 호경기에 취임하는 대통령.’

파이낸셜타임스(FT)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약 20년 만에 가장 강력한 경기 확장 국면에 취임하게 된 사실을 이 한 문장으로 묘사했다. 그럼에도 월스트리트저널(WSJ), 포춘 등 경제전문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자신의 공약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난관에 부딪힐 것으로 전망했다.


WSJ는 최근 발표된 각종 지표를 볼 때 미국 경제가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연간 가계 중위소득 성장률은 지난 2015년 5.2%로 1995년 이후 가장 높았으며 지난해 미국 실업률은 4.7%로 9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취임 당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던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3·4분기에 전 분기 대비 3.5%(연율 기준) 늘어났으며 지난해 뉴욕증시 3대 지수도 사상 최고치를 동시에 경신하는 등 완연한 상승세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 호황을 이어갈 수 있는지 여부다. 지난해 트럼프 선거 캠프와 인수위원회의 발표 내용을 종합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공약은 ‘감세, 규제 완화, 재정 확장으로 경기를 부양시켜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목표로 요약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금융·환경규제의 폭넓은 철폐와 소득세 및 법인세 감면, 1조달러 인프라 투자를 약속했다. 궁극적인 청사진은 연간 경제성장률 4% 달성과 10년간 2,500만개 일자리 창출이다.


포춘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적 통화정책이라는 장애물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재정 확장은 물가 상승을 동반해 연준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 요인을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이날 스탠퍼드대에서 “통화완화 축소를 너무 오래 기다리면 인플레이션이 통제 불가능한 수준으로 오를 수 있다”며 경기 과열에 대한 우려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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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의 반대도 넘어야 할 산이다. 당장 민주당 상원 지도부가 금융개혁법안인 ‘도드프랭크법’ 폐지를 막기 위해 표 확보에 나선 상태여서 신정부가 추진할 규제 폐지 과정에서 충돌을 예고하고 있다. 감세와 재정 확대가 동시에 추진될 경우 10년간 7조2,000억달러(약 8,419조원)의 재정적자가 늘어날 것으로 분석돼 재정 건전성을 주장하는 공화당 내 강경보수파 ‘티파티’의 반대도 예상된다. 이미 미국 정부의 재정적자는 사상 최대치인 19조달러를 돌파한 상황이다.

보호무역주의로 인한 경제 타격도 우려된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 내정자는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가장 먼저 손볼 것”이라고 말해 실제 ‘세계의 시장’인 미국의 통상장벽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은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미국이 고관세 부과 등을 단행하면 중국 등 교역 상대국 역시 보복 조치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케빈 브래디 미 하원 세입위원장은 “경제를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미국산을 사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전 세계에 미국산을 팔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에 기초해 기업을 압박하면 오히려 기업의 생산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인 기간에 미국 기업뿐 아니라 해외 기업에까지 해외 공장 건설 철회와 미국 본토 투자를 압박했다. 실제로 미국 자동차업계 1~3위인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피아트크라이슬러(FCA)뿐 아니라 현대차·도요타 등이 멕시코 공장 신설 철회와 미국 내 일자리 확대 계획을 발표했다. 루이지 징글레이스 시카고주립대 교수는 “중남미 국가(banana republic)의 독재자에게서나 볼 법한 모습”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압박을 이어갈 경우 시장의 비효율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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