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첫 방송을 앞두고 개최된 ‘팬텀싱어’ 제작발표회에서 연출을 맡은 김형중 PD부터 심사위원 윤종신, 윤상 등이 강조한 것은 단연 ‘차별화’였다. 하지만 범람하는 음악 예능에 슬슬 시청자들이 염증을 느껴갈 때 쯤 등장한 또 하나의 음악 예능에 큰 기대를 거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이들이 강조한 차별화 역시 방송 전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당연히 던지는 멘트 쯤으로 받아들이기도 했다.
하지만 뚜껑이 열리는 순간 ‘팬텀싱어’는 여타 프로그램과는 확연히 다른 분명한 색채를 드러내며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이를 증명하듯 ‘팬텀싱어’는 평균 시청률 3.8% (닐슨코리아 수도권 유료가구)을 기록하는 것은 물론, 지난 6일 방송에서 5.02% (닐슨 코리아 수도권 유료가구)의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인기행진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렇다면 ‘팬텀싱어’만의 강점은 대체 무엇일까.
가장 먼저 ‘4중창’이라는 포맷을 꼽을 수 있다. 기존의 음악 예능들이 치열한 경합 끝에 ‘최후의 1인’을 선발하는 방식을 취했다면 ‘팬텀싱어’는 그와는 궤를 달리해 최고의 4인조 중창팀을 선발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우승을 한다고 해서 개개인이 1~4위의 순위를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4인이 이루어 내는 하모니와 팀워크에 중점을 두어 가장 완벽한 어울림을 만들어 낸 팀을 찾아낸다. 출중한 실력을 지닌 출연자들이 대거 탈락한 이유도 바로 이 ‘어울림’에 있다.
다음으로는 출연자들의 출중한 실력과 음악적 완성도를 들 수 있다. 성악, 클래식, 재즈, 뮤지컬, 팝페라 등 다양한 장르에서 숨은 고수들이 모여든 만큼 첫 방송부터 콘서트 현장에 온 듯 한 전율과 감동의 무대들이 쏟아졌다. 다소 실력이 부족한 참가자로 인해 초반에는 일명 ‘고막 테러’의 가능성도 안고 가야하는 타 오디션 프로그램들과는 달리 ‘팬텀싱어’는 그야말로 ‘귀호강’의 연속이었다.
‘팬텀싱어’는 24인 합격자들의 2대 2 듀엣 하모니 대결부터 최후의 3팀이 가려진 최근까지 시청자들을 눈물과 감동으로 이끌며 두고두고 회자될 완성도 높은 무대를 선사했다. 대중들이 기존에 쉽게 접하지 못했던 크로스오버나 이탈리아 노래 등을 방송을 통해 소개함과 동시에 기존에 잘 알려진 노래도 팀 색깔에 맞게 자유자재로 변주해 음악적으로 넓은 스펙트럼을 선보였다.
많은 가수들의 컴백과 함께 ‘무한도전’과 ‘도깨비’ OST가 차트를 점령한 가운데, 방송 직후 음원 사이트에 공개된 고은성-권서경의 ‘Musica’, 김현수-손태진의 ‘꽃이 핀다’, 이동신-곽동현 ‘Caruso’, 고훈정-이준환-이동신 ‘Luna’ 등이 차트 상위권에 랭크된 것만 보아도 이들이 전하는 음악적 울림이 시청자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음을 짐작케 한다.
더불어 이 프로그램에 임하는 출연자들의 음악에 대한 열정과 진정성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 19일 개최된 ‘팬텀싱어’ 기자간담회에서 김형중 PD는 “출연자들이 스스로를 꾸미려하지 않고 돋보이려 하지도 않는다. 좋은 음악을 들려주기 위해 밤 잠 못자면서 연습을 하는데, 그때마다 서로를 위해 희생해주고 있다”며 “12명 모두 동료 의식을 넘어서는 형제애를 가졌다. 진짜 형제들 같은 끈끈함이 시청자들에게 전해졌다고 생각한다”고 프로그램의 인기요인을 꼽기도 했다. 출연자들의 이러한 진정성에 보답하듯 ‘팬텀싱어’ 제작진은 소위 말하는 ‘악마 편집’을 배제해 프로그램의 시작과 끝을 음악으로 풍성하게 채웠다.
이제 ‘팬텀싱어’는 결승만을 남겨두고 있다. ‘포르테 디 콰트로(이벼리 고훈정 김현수 손태진)’, ‘인기현상(백인태 유슬기 곽동현 박상돈)’, ‘흉스프레소(고은성 백형훈 권서경 이동신)’ 총 3팀이 최종 결승 무대를 밟게 됐다. ‘팬텀싱어’ 측은 세 팀의 무대를 단 한번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판단으로 결승전을 2회로 늘렸다. 오늘(20일) 방송되는 결승 1라운드는 녹화 방송으로, 2라운드(27일)은 생방송으로 진행될 예정이며 두 라운드의 점수를 합산해 최종 ‘팬텀싱어’의 팀이 가려진다.
결승 1라운드 녹화에는 ‘팬텀싱어’ 방송 이래 최초로 500인의 현장 판정단이 투입됐다.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판정단으로 선정된 500인은 참가자들이 만들어내는 완벽한 하모니에 순식간에 매료됐다는 후문. 과연 결승에서는 어떤 무대가 감동을 선사할지 그리고 어떤 팀이 우승을 차지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