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이 지난 2004년 한국법인 설립 후 처음으로 한국인 사장을 선임했다. 지난해 배출가스 및 인증서류 조작 혐의로 환경부로부터 두 차례나 과징금 부과와 판매 중지, 검찰 고발까지 당하는 등 홍역을 치른 만큼 한국인 사장을 통해 전열을 재정비하고 꼬인 실타래를 풀어보겠다는 포석으로 분석된다.
닛산은 20일 한국닛산 신임 사장에 허성중(사진) 닛산 필리핀 마케팅·영업·딜러 개발부문 부사장을 선임했다. 허 사장은 다음달 1일부터 한국닛산을 이끌게 된다. 1974년생인 허 신임 사장은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클라호마대에서 경영정보시스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2년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의 가격&제품 전략팀에서 수입차 관련 업무를 시작했다. 이후 2005년 한국닛산으로 옮겨 영업교육과 딜러 개발, 세일즈 운영, 마케팅 등의 업무를 거친 뒤 2011년부터 호주 닛산과 필리핀 닛산에서 판매와 딜러 관련 업무 등을 맡았다.
한국닛산은 2004년 법인 설립 이후 두 명의 미국인 사장과 두 명의 일본인 사장이 이끌었다. 보통 수입차들은 한국 법인 설립 초기 한국인 사장이 이끌고 자리를 잡으면 본사에서 파견된 외국인이 최고경영자(CEO)를 맡는 게 관행이다. 하지만 한국닛산은 정반대의 길을 택했다. 이를 두고 수입차 업계에서는 정부와의 껄끄러운 관계를 해결하는 데 한국인 CEO가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닛산은 지난해 5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캐시카이’의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임의조작했다는 혐의로 환경부로부터 판매정지와 인증취소, 리콜 명령 및 과징금 3억4,000만원을 부과받았다. 한국닛산은 이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관련 혐의에 대한 결론은 아직 나지 않았다. 환경부는 또 이달 초 캐시카이와 인피니티 ‘Q50 디젤’ 모델의 인증서류 위조 건으로 3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세일즈 경력이 풍부한 허 신임 사장을 통해 판매 확대를 꾀하겠다는 것도 인사 배경으로 분석된다. 한국닛산은 지난해 판매량이 전년 대비 0.1%가량 감소했다. 일본 브랜드인 도요타(18.4%)나 혼다(47.1%) 판매가 크게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시장의 문제를 한국인 사장이 해결하라는 뜻으로 보인다”며 “본사에서 한국닛산의 현재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인피니티코리아 신임 대표로는 강승원 영업부문 부장이 선임됐다. 그간 대표를 맡아왔던 이창환 상무는 인피니티 호주 대표로 임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