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美 트럼프시대] 트럼프에 드리운 '레이건 그림자'...新슈퍼 301조 부활하나

■트럼프노믹스 어떤 카드 꺼낼까

1980년대 강력한 보호무역주의 레이거노믹스와 닮은꼴

반덤핑조치·WTO제소·환율조작국 등 다각도 압박 예상

G2 통상 마찰 커지면 中에 중간재 수출하는 한국도 타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보호무역주의 강화를 재천명함에 따라 국제통상·무역질서의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특히 같은 워싱턴 정가의 ‘아웃사이더’로 1980년대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표방했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슈퍼 301조에 비견되는 ‘신(新) 슈퍼 301조’가 부활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20일(현지시간) 취임식에서 한국을 비롯한 특정 국가의 이름을 입에 올리지는 않았지만 무역·세금·이민·외교정책과 관련해 모든 결정을 미국 노동자와 가정에 혜택을 주는 데 두겠다며 자국 이익 우선주의를 강조했다.

통상 전문가들은 취임연설을 트럼프 보호무역주의의 출사표라며 이제 행동으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현정택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은 “대통령 취임사에서 보호무역주의 강화를 재차 언급한 것은 기존 관례로 볼 때 이례적”이라며 “앞으로 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와의 통상·외교 등 문제가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트럼프는 선거 과정에서 ‘무역에서 미국의 국익을 최우선에 둘 것(2016년 외교정책 연설)’ ‘우리는 중국의 돼지저금통으로 전락했다. 하지만 대응할 수단이 있다(2016년 3월 마이애미 경선토론회)’ ‘자유무역주의는 신성불가침이 아니다. 자유무역이 우리의 피를 빨아먹고 있다(2016년 3월 오하이오주 유세현장)’ 등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대한 발언을 쏟아냈는데 현실화는 시간문제라는 얘기다.

트럼프의 취임으로 1980년대 레이건 행정부의 슈퍼 301조가 부활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실제 트럼프의 행보는 보호무역주의를 기치로 미국의 경기호황을 이끌었던 레이거노믹스와 비슷한 점이 많다. 레이건 전 대통령은 작은 정부와 경제적 보수주의를 바탕으로 감세와 규제 완화를 주도했다.

특히 강력한 보호무역주의 아래 1984년 삼성·LG 등 브라운관 컬러TV에 15%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1985년에는 플라자합의를 이끌어냈다. 당시 달러당 240엔대였던 엔화 가치는 불과 1년 사이에 150엔대까지 치솟았고 미국의 대일 무역적자는 대폭 줄어들었다. 1988년에는 슈퍼 301조를 발효하고 한국과 대만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



우선 슈퍼 301조는 트럼프가 보호무역주의 강화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카드다. 슈퍼 301조는 미국에 대한 비관세장벽 등 교역대상국의 불공정한 무역행위 중 우선협상 대상을 지정해 협상하고 장벽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일방적으로 보복할 수 있다. 종합무역법에 따른 슈퍼 301조는 1990년 공식 만료됐지만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통해 3차례(1994~1995년, 1996~1997년, 1999~2001년) 부활시킨 전례가 있으며 트럼프 역시 이 수단을 꺼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슈퍼 301조 이외에 미 행정부가 가동할 수 있는 무역 제재 수단으로는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따른 △반덤핑 및 상계관세 부과 △무역법 201조에 따른 세이프가드 발동 △무역법 301조 및 관세법 337조에 따른 불공정 무역행위 대응, 지적재산권 보호에 초점을 맞춘 스페셜 301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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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직접 겨냥하지 않더라도 중국을 상대로 WTO 제소 및 소송을 진행하면서 통상 압박 수위를 높인다면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는 한국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국은행은 중국의 대미 수출이 10% 줄면 한국의 수출은 0.36%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만일 한국을 직접 겨냥할 경우 자동차·가전제품(세탁기·TV 등)이 사정권에 들어 있는 것으로 전망된다.

미 재무부의 환율조작국 지정 조치도 주목된다. 환율조작국 지정은 환율 분야의 ‘슈퍼 301조’로 불리는 교역촉진법(베넷해치카퍼법·BHC법)에 근거한다. 환율조작국에 지정되면 1년 동안 상호무역회담을 확대해야 하고 지정국가의 해외민간투자회사 자금조달 제한 및 수입제한 등의 제재를 할 수 있다.

미 정부는 대미 무역수지 흑자 연 200억달러 이상, 경상수지 흑자 국내총생산(GDP)의 3% 이상, 일방적이고 반복적인 외환시장 개입 등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교역상대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다. 지난해 4월부터 반기마다(4·10월) 나오는 재무부 환율보고서에서 우리는 두 번 연속 외환시장 개입 규모가 기준을 밑돌아 환율조작국 전 단계 격인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됐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현재 기준으로는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본다”면서도 “지정 기준을 변경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김정곤기자 mckids@sedaily.com

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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