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알뜰하고 간소한 상차림’으로 전하는 정(情)

조경규 환경부 장관

조경규 환경부 장관조경규 환경부 장관


“새해는 참고 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 오늘 아침 따뜻한 한 잔 술과 한 그릇 국을 앞에 하였거든 그것만으로도 푸지고 고마운 것이라 생각하라.”

1월 28일(음력 1월 1일)은 정유(丁酉)년 새해가 시작되는 설날이다. 김종길 시인의 ‘설날 아침에’란 시처럼 설날은 따뜻한 떡국과 간소한 반찬만으로도 마음이 푸근해지는 최대의 명절이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설날에 새로운 한해의 복을 기원하며 차례를 지내고 서로의 집을 찾아가 세배를 하며 덕담을 나누는 미풍양속이 있다.


새해 인사를 온 손님들에게 대접하는 음식을 세찬(歲饌)이라고 하는데, 힘들었던 시절에도 이 날 만큼은 떡국·식혜·강정·약식 등 정성스럽게 마련한 음식을 대접하며 정(情)을 나눴다. 손님들에게 푸짐한 음식을 내놓는 것이 제대로 대접하는 것이란 인식도 있었다.

하지만 현대에 들어 우리의 상차림 문화는 부작용도 적지 않다. 특히 명절엔 더욱 푸짐하게 음식을 장만해 연휴 기간동안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양이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음식물 쓰레기의 57%가 ‘유통·조리 과정’에서 발생한다고 한다. 그 다음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항목은 30%를 차지하는 ‘먹고 남은 음식물’이다. 음식을 장만하는 과정에서 버려지는 음식물이 많고 필요 이상의 음식을 준비해 미처 다 먹지 못해 버리게 되는 것이다.


고향 방문 후 부모님이 정성껏 마련해주신 음식을 입맛에 맞지 않아, 혹은 귀찮아서 고속도로 휴게소에 버리거나 냉장고에 두었다가 버린다는 뉴스 기사를 접하다 보면 왠지 서글픈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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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설 연휴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알뜰’하고 ‘간소’한 상차림이 필요할 것이다. 알뜰한 상차림이란 조금만 다듬으면 얼마든지 먹을 수 있는 식재료를 활용해 유통·조리과정에서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것이다. 장 본 뒤 재료를 바로 손질해 식재료의 신선도와 활용도를 높이고 버려지는 양을 줄여 알뜰살뜰히 음식을 장만해 보자.

장보기 전 필요한 품목과 수량을 메모하여 꼭 필요한 양만 구매하도록 하자. 설 명절에 앞서 필요한 음식량을 가늠해보고 가족끼리 논의해보면 어떨까. 부모님과 주부의 수고와 시름도 덜고 버려지는 음식을 줄일 수 있는 좋은 기회일 것이다. 그리고 음식을 보관 할 때 이름표를 붙여 놓으면 고향 부모님의 정성이 유통기한이 지나 버려지는 일을 예방할 수 있다. 냉장고를 주기적으로 정리하고 식재료를 저장할 때 검정봉투보다 투명한 용기를 이용하는 방법 역시 도움이 된다.

설 연휴 기간은 쓰레기 수거가 원활하지 않아 방치된 쓰레기의 악취가 불쾌함을 주기도 한다. 환경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이를 예방하기 위해 연휴 기간에 상황반이나 청소반을 편성해 생활쓰레기를 중점적으로 수거하도록 할 계획이다. 상습적인 쓰레기 투기 우려지역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는 등 주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음식물쓰레기 문제 해결은 이러한 방법만으로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전 국민이 꾸준히 실천하고 참여해야 비로소 가능한 일이다. ‘끝이 좋으면 다 좋아’라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제목처럼 깔끔한 마무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음식물 쓰레기로 인해 설날의 마지막에 인상 찌푸리게 된다면 완벽한 설 연휴가 아닐 것이다. 올해 설 연휴가 반가운 손님들에게 알뜰하고 간소한 상차림으로 따뜻한 정을 전달하고 음식물 쓰레기는 줄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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