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국립중앙박물관 '佛 장식미술전' 결국 없던 일로

권력개입·명품업체 횡포 벗고

佛 근현대 복식전으로 새단장

올 아랍·獨 등 특별전도 풍성

프랑스 파리장식예술박물관이 소장한 18세기 프랑스식 의복 /사진제공=국립중앙박물관프랑스 파리장식예술박물관이 소장한 18세기 프랑스식 의복 /사진제공=국립중앙박물관


김영나 전 국립중앙박물관을 ‘경질’까지 몰고 간 일명 ‘프랑스 장식미술전’이 결국 “없었던 일”로 마무리됐다. 서울대 명예교수인 김 전 관장은 프랑스 장식예술박물관의 요청을 받아 한불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지난해 상반기 개최할 예정이던 이 전시에 재정 마련을 이유로 샤넬·까르띠에·루이비통 등 프랑스 명품브랜드 연합체인 콜베르 재단이 끼어들자 “학자적 양심으로 외국 명품을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할 수 없다”고 버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3월 전격 해임된 김 전 관장은 침묵했지만 ‘청와대에서 관심 가진 전시를 반대’한 것이 경질 배경이라는 의혹이 일었다. 공교롭게도 당시 문체부에서 파견된 박물관 교류단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나쁜 사람”으로 언급한 노태강 전 문체부 체육국장이었고 노 전 단장은 전시 무산의 책임을 지고 사표를 냈다.

권력 개입의 그늘과 명품업체의 횡포가 지워진 박물관에서는 오는 5월부터 ‘프랑스 근현대 복식, 단추로 풀다’ 특별전이 열린다. 문제의 전시는 취소됐지만 양국 국립박물관의 교류·협력 의지를 이어가고자 장식예술박물관 소장품을 중심으로 화려한 프랑스 복식의 근대 변천사를 ‘단추’에 초점을 맞춰 풀어간다. 박물관은 23일 신년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내용을 포함한 올해 주요 전시계획과 주요 시설건립 계획을 발표했다.


올해 특별전은 아랍·독일·프랑스 등 다양한 해외 문물전으로 풍성하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립박물관 등 12개 기관 소장품 450여 점을 보여줄 ‘아라비아의 길’ 특별전은 아라비아 반도의 역사와 문화를 관통하는 국내 첫 대규모 전시로 눈길을 끈다. 독일 바로크 예술의 중심지였던 드레스덴의 박물관 소장품으로 구성될 ‘왕이 사랑한 보물’은 아우구스투스 2세의 수집품이 주축을 이룬다. 러시아 예르미타시박물관이 소장한 17~20세기 프랑스 미술품을 보여줄 ‘프랑스 미술의 거장들, 푸생에서 마티스까지’도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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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철(鐵)의 가치를 문화사적으로 조명하는 ‘쇠, 철, 강(鋼)-철의 문화사’ 특별전은 박물관 고고역사부의 연구성과를 기반으로 기획된 전시다. 국립경주박물관의 ‘경주 월성 발굴 성과’전을 비롯해 광주박물관의 불교미술 특별전, 전주박물관의 수중문화재 발굴 성과전, 부여박물관 ‘왕흥사’전, 공주박물관 ‘공산성’전, 진주박물관 ‘정유재란’ 특별전 등 전국 13개 지방 국립박물관이 기획전을 준비한다. 박물관의 올해 예산은 전년 대비 20% 이상 늘어난 1,497억 원이지만 문체부 전체 예산의 2.6%에 불과하다. 이중 유물구입비는 40억 원으로 책정됐다. 연간 관람객은 상설전과 특별전을 합쳐 226만여 명이었다.

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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