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비엔날레가 ‘수장’을 잃었다. 문화정책을 이끄는 ‘선장’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현직 최초로 구속, 장관직을 사퇴해 문화계 전반이 ‘비상 체제’에 돌입한 가운데 국내 최대이자 아시아 최정상의 국제미술제인 광주비엔날레도 조타수 공백의 위기에 놓였다.
23일 광주비엔날레재단에 따르면 박양우(59) 광주비엔날레재단 대표이사가 최근 윤장현 광주시장에게 사퇴 의사를 전달했다. 지난 2015년 2월 임명된 박 대표는 3년 임기 중 1년이나 남겨둔 상태지만 “광주비엔날레 대표를 맡을 때부터 비엔날레 행사를 마치면 학교로 돌아가기를 바랐고 새 학기에 맞추기 위해 사의를 전달했다”면서 “차기 행사에 차질이 없도록 2018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 선임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뜻을 밝혔다. 박 대표는 행정고시(제23회)로 공직에 입문한 박 대표는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뉴욕 한국문화원장을 거쳐 문체부 차관까지 지낸 예술행정 전문가로, 선임 당시에도 중앙대 예술대학원 교수였다.
그는 지난 2014년 광주비엔날레 특별전에서 세월호 참사를 소재로 박근혜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풍자한 홍성담 작가의 ‘세월오월’이 논란을 일으킨 것에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한 이용우 중국 상하이 히말라야미술관장의 뒤를 이어 선임됐다. 최근에는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특검이 전시관련 자료 제출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 ‘세월오월’에는 박 대통령 뿐 아니라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기춘 전 비서실장도 등장해 파문을 일으켰다. 윤 시장은 최근 광주 현지언론과의 기자회견에서 “2014년 8월 ‘세월오월’ 작품이 제작될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김종 제2차관으로부터 직접 전화를 받았었다”고 밝혀 당시 개막 1년을 앞둔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 주무 차관의 압박이 ‘전시 철회’에 영향을 미쳤음을 사실상 고백했다.
한편 박 대표는 내년 비엔날레 주전시를 기존 행사장이던 광주비엔날레전시장이 아닌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하 ACC)에서 열기로 지난 19일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ACC는 이미 1년 6개월간 전당장 공석 상태에서 방선규 직무대리가 협약에 나섰는데, 비엔날레 쪽도 대표이사가 떠나면서 운영 공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박 대표의 퇴임 시점은 2월 중순쯤으로 관측된다. 비엔날레 대표이사 권한대행은 박병호 광주시 행정부시장이 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