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 연소득 100만원 이하땐 최저보험료…'송파 세 모녀' 비극 막는다

고소득자 보험료 올려 건보 수지 부족분 메워

野 3당 "소득중심 부과 원칙서 한발 후퇴" 비판

'단계적 부과체계 시행' 동의땐 조기 타결 가능성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 주관으로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방안 공청회에서 패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 주관으로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방안 공청회에서 패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발표된 정부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방안’의 골자는 고소득자의 건강보험료는 올리고 저소득층 보험료는 내리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서민층의 재산·자동차 보험료 부담이 완화된다. 월 4만8,000원의 건보료를 내다 세상을 등진 ‘송파 세 모녀’처럼 연간 종합소득이 500만원 이하인 지역가입자에게 세대원의 성·연령과 재산·자동차를 고려해 매기던 지역가입자 ‘평가소득 보험료’는 내년 폐지된다. 그동안 지역가입자들은 “왜 우리만 주택·자동차에 대해 건보료를 내야 하느냐” “퇴직 후 별 소득이 없는데도 왜 보험료가 늘어나느냐” 등의 민원을 제기해왔다.

대신 내년에는 연간 종합소득 100만원 이하 세대에 1만3,100원, 3단계에는 연소득 336만원 이하 세대에 1만7,120원의 최저보험료가 도입된다. 과중한 부담으로 6개월 이상 보험료를 장기 체납한 135만여세대 등에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2315A02 보건복지부3


◇지역 583만세대 내년 보험료↓
=최저보험료 적용 대상을 포함해 전체 지역가입자 757만세대 중 내년 583만세대, 오는 2024년 606만세대의 보험료가 인하된다. 자가주택의 경우 재산과표(시가의 약 50%)에서 내년 500만~1,200만원, 2021년 2,700만원, 2024년 5,000만원을 공제한 뒤 보험료를 물린다. 무주택 전세보증금의 경우 내년 4,000만원, 2021년 9,000만원, 2024년 1억6,700만원까지는 보험료가 면제된다.

자동차는 내년부터 1,600㏄ 이하, 2021년부터 3,000㏄ 이하에는 보험료가 면제된다. 다만 배기량과 상관없이 가격이 4,000만원 이상이면 부과 대상이다. 9년 이상(현행 15년 초과) 차량, 승합차·화물차·특수자동차는 내년부터 보험료가 면제된다.


반면 이로 인해 줄어드는 재정수입은 보험료를 낼 능력이 있는 직장·지역 고소득자와 피부양자 등이 보험료를 새로 또는 추가로 내서 메운다. 정부 안이 공무원·군인·사학연금 수급자, 종합소득이 많은 직장가입자 등의 보험료 부담을 서서히 올려 반발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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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후퇴” vs “폭탄 피하려면 불가피”=우선 직장가입자의 보수 및 종합소득 최고보험료가 월 239만원에서 301만5,000원으로 오른다. 현재 직장가입자 소득보험료는 연간 종합소득이 7,200만원을 넘는 4만명만 내지만 내년 13만명, 2024년 26만명이 추가로 늘어난다. 부과 대상이 내년 3,400만원, 2021년 2,700만원, 2024년 2,000만원 초과자로 강화되기 때문이다. 건강보험료 ‘무임승차’ 논란을 빚어온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도 같은 소득기준을 적용하고 재산요건을 강화해 내년 10만명, 2024년 59만명을 지역가입자로 전환한다. 그래도 내년부터 3년 동안 연간 9,000억~1조원 규모의 당기 재정적자가 예상된다.

정부 개편안은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료 부과체계개선기획단’이 지난 2015년 초 발표하려던 소득보험료 부과 및 피부양자 제외 기준이 연간 종합소득 2,000만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꽤 후퇴한 안이라는 비판과 ‘건보료 폭탄’을 피하려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엇갈린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의 개편안 발표로 지지부진했던 여·야·정 간의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안과 지난해 이미 건강보험법 개정안을 제출한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의 개편안은 소득 중심의 부과체계를 지향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3~4단계에 단일 부과체계 시행’ 절충 가능성=다만 방법론이 다르다. 야 3당 안은 직장·지역가입자 구분을 없애든, 유지하든 모든 가입자에게 동일한 잣대를 들이대고 일용근로소득, 연간 2,000만원 이하 금융소득 등 분리과세소득에도 건보료를 물린다는 공통점이 있다. 반면 정부 안은 3단계(2024년)에 진입해도 지역가입자만 재산보험료를 내고 직장가입자의 가족만 피부양자가 될 수 있다. 연간 2,000만원 이하 금융소득 등 분리과세소득도 건보료 부과 대상이 아니다.

그래도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절충안을 도출할 수 있다. 정치권에서는 표와 직결되는 부과체계 개편을 대선 이후로 미루기도 부담스럽다. 야당 안은 단일 부과체계를 전제로 한 것이지만 단계적 접근법도 수용할 수 있다. 한 야당 관계자는 “정부가 3단계 정부 안을 2단계로 축소해 ‘직장·지역 단일 부과체계+분리과세소득 부과안’을 3~4단계에 도입하는 식의 타협안에 동의해준다면 조기 타결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도 야당이 단계적 접근법을 받아들인다며 시안을 수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직장가입자 종합소득 보험료 부과 및 피부양자 탈락 기준을 3단계에 걸쳐 강화하고 단계별 이행기간을 3년으로 잡았지만 여야와의 협의 결과에 따라 2년으로 당겨지거나 2,000만원 이하 종합소득과 분리과세소득에 대한 보험료 부과 등이 포함되는 쪽으로 바뀔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임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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