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막오른 제로에너지빌딩 시대] 강남훈 "건물 개보수 힘들어 신축 단계부터 에너지효율 높여야"

강남훈 에너지공단 이사장

"효율 높일수록 인센티브 줘

'에너지빌딩' 건축 유도할것"



“건물은 한 번 지으면 보통 30년 이상 갑니다. 특히 전체 에너지 소비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건축물은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두 배인 40%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어요. 신축 단계부터 에너지효율을 높여야 하는 이유입니다.”

강남훈(사진) 한국에너지공단 이사장은 건축물에 ‘스마트에너지 옷’을 입히지 않으면 파리기후체제에 대비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강조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건물의 수명과 개보수의 어려움이 그것이다. “건물은 짓고 나서 새로운 설비를 덧대는 것이 매우 어렵습니다. 새로 짓는 것이 더 손쉬울 정도이지요. 주목할 것은 건축물의 에너지 소비량 비중은 갈수록 커진다는 사실입니다. 기후변화정부간패널(IPCC)의 보고서를 보면 지난 2010년 건축물의 에너지 사용량은 1971년보다 두 배 이상 늘었어요.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입니다.”

실제로 건축은 더 커졌고 더 넓어졌다. 에너지 소비량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파리기후체제에 대응하기 위해 오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목표를 전망치의 37%까지 감축해야 한다. 에너지 소비가 많은 건축물 등의 효율을 높이지 않으면 대응에 어려움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까닭에 우리 정부와 공단 등은 제로에너지빌딩 프로젝트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발표된 ‘제1차 녹색건축물 기본계획’에 따라 2020년까지 공공건물 제로에너지빌딩 의무화, 2025년까지 민간건물 의무화 계획을 수립한 뒤 추진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신축건물에 대해 ‘에너지총량제 도입 및 제로에너지빌딩 인증제’를 제한적으로 시행한다. 시장형 공기업에 대해서는 제로에너지빌딩을 의무화했다.


강 이사장은 “20일부터 시행되는 제로에너지인증제도는 건축물에 5개의 등급을 매겨 혜택도 차별화한다”면서 “에너지효율을 높일수록 더 많은 인센티브를 줘 더 스마트한 에너지빌딩을 짓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제로에너지 건축물을 짓는 데는 비용이 더 든다는 점이 지금의 장애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일반 건축물에 비해 20~30%가 더 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 차원의 인센티브가 필요한 이유다. 정부 역시 2014년 저층형 빌딩 5개와 2015년 고층형 빌딩 2개를 제로에너지빌딩 시범사업으로 선정해 △건축기준 완화(용적률, 최대 높이) △신재생에너지 설치보조금 우선 지원 △세제 감면(재산세·취득세 최대 15% 이내) 등의 혜택을 주고 있다. 민간 차원에서 건축물에 스마트에너지 옷을 입히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강 이사장은 “주택에는 주택도시기금 대출 한도를 20% 높이는 것 외에 기부채납의 비율도 최대 15%까지 절감하는 한편 공단 등의 제로에너지빌딩지원센터를 통해 관리와 기술 컨설팅도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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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에너지빌딩을 구축하기 위한 기술은 미래의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녹색건축 세계시장은 2015년 기준으로 4조8,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더욱이 아직 초기라는 점에서 기술력을 갖춘 국가가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

강 이사장은 “미국·중국·독일 등의 건물 에너지 분야 투자액은 2014년 90조원 수준에서 2020년 125조원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각국이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은 2020년까지 모든 신축 건물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및 에너지 사용을 제로(zero)로 의무화하는 계획을 마련했고 일본은 2030년까지 모든 신축 건물을 제로에너지빌딩으로 건축하도록 의무화하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자국의 경쟁력을 높여 세계시장을 흡수하겠다는 전략이다.

우리의 경우 아직 세계시장의 기술적 성숙도가 낮은 영역부터 공략할 필요가 있다고 강 이사장은 제시했다. 강 이사장은 “고단열창호·진공단열재·기밀 등은 제로에너지 건축의 핵심 요소 기술”이라면서 “아직 기술적 성숙도가 낮은 만큼 우리도 기술개발과 산업 창출을 통해 충분히 경쟁력을 갖춰 미래 먹거리로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철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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