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막오른 제로에너지빌딩 시대] 화석연료 안쓰는 '노원 친환경 단지'...에너지 자급자족 선도모델로

121가구 규모 '제로에너지주택' 308억 들여 올가을 준공

태양광 등 에너지 60% 자체 생산...남는 전력은 되팔아

용인 '그린투모로우 주택'도 에너지 사용량 최대 56%↓



지난해 11월4일 발효된 파리기후변화협약에 적응하기 위해 제로에너지빌딩은 선택이 아닌 필수과제가 됐다. 정부 지침대로라면 오는 2025년까지 모든 신축 건축물은 에너지를 자급자족해야 한다. 외부에서 끌어다 쓰는 에너지가 전혀 없는 ‘에너지 제로 하우스’를 지어야 한다는 뜻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만큼 성공 모델을 만들기 위해 시범사업에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올가을 서울 노원구에 들어서는 ‘제로에너지주택 실증단지’는 국내 최초로 조성되는 친환경주택단지다.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이 주관하고 서울시와 노원구가 공동으로 참여하며 명지대 산학협력단(단장 이명주)에서 주관하는 이 사업은 국토교통부 연구사업인 ‘제로에너지주택 최적화 모델 개발 및 실증단지 구축’의 하나로 추진되고 있다.


부지 1만1,344㎡에 7층짜리 아파트형 3개동 106가구, 연립주택형 9가구, 합벽주택형 4가구, 단독주택형 2가구 등 총 121가구(연면적 1만7,728㎡)가 들어선다. 부대시설로는 홍보관, 근린생활 시설, 경로당, 커뮤니티 시설 등이 설치된다. 특히 이 단지는 화석연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필요한 에너지를 전량 자체 충당하는 친환경 단지다. 전체 주택 가운데 80% 이상이 아파트 단지로 구성된 노원구에서는 화석연료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유일한 선택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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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에너지주택 실증단지 공사비용은 연구단 예산 110억원을 포함해 308억원이 투입됐다. 특히 일반주택 대비 에너지 효율화 공사를 위해 19.6%, 신생에너지 공사에 10.1%의 예산이 추가 투입됐다. 실증단지는 고성능 단열·창호, 열 회수 환기장치 등 에너지 절약(패시브) 설계기술을 도입해 에너지 소비량을 같은 규모의 일반주택단지 대비 절반가량 줄일 수 있다. 또 태양광전지판, 지열히트 펌프 등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시스템으로 필요한 에너지의 60%를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장점도 갖고 있다. 석유·석탄 등의 화석연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도 냉난방·온수·조명·환기 등 생활에 필요한 에너지를 자체 충당해 입주자들은 전기·난방비 등을 아낄 수 있다. 이명주 명지대 제로에너지 건축센터장은 “노원제로에너지주택은 전체 세대가 필요로 하는 난방·냉방·급탕·환기·조명 에너지를 단지에서 생산하는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며 “모자라는 전력은 외부 에너지 공급망으로부터 받고 남을 때는 돌려줘 연간 대차대조했을 때 에너지 소비량이 제로가 되는 주택단지”라고 말했다.

국내 굴지의 건설사 가운데 하나인 삼성물산이 2009년 11월 용인시 기흥구에 지은 ‘그린투모로우 주택’도 대표적인 제로에너지건물로 꼽힌다. ‘그린투모로우’는 예순여덟 가지의 첨단기술이 적용돼 외부전력·화석에너지 등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주택이다. 태양광을 최대한 끌어들일 수 있도록 건물 배치를 최적화하고 고성능 단열벽체 및 창호, 고효율 기계 및 전기 설비를 적용했고 이에 따라 연간 3만3,055㎾h의 전력을 소비하는 동일 규모의 기존 주택과 비교해 에너지 사용량을 최대 56%까지 낮췄다.

선진국들은 우리보다 한발 앞서 제로에너지주택 상용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19년부터 신축 공공 건축물에 제로에너지빌딩을 도입할 예정이며 2021년부터 모든 신축 건물을 각국의 기준에 맞게 제로에너지빌딩화해야 한다고 못 박고 있다. 제조업 강국인 독일은 2022년 완공을 목표로 하이델베르크에 세계에서 가장 큰 패시브하우스를 조성하고 있다. 개발면적만 116만㎡에 달하는 이 사업은 2003년 국제건축디자인대회에서 도시조성계획이 통과된 바 있다. 2010년 독일 로스트라트 지역에 지어진 240㎡ 면적의 다세대 주택도 제로에너지건축의 진수라고 할 만하다. 이 주택은 이중 버퍼탱크가 있는 지열 히트펌프가 적용돼 에너지를 추출하고 최대 95%의 폐열을 이용해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하고 있다. /세종=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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