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시장이 지난 2011년 이후 5년간 1,850~2,100포인트 사이의 박스권을 형성하고 있다. 과연 박스권은 언제쯤 벗어날까.
다만 다음의 예를 확인해보면 지금 상태를 가늠해볼 수 있다. 경제뉴스의 악재와 호재의 수, 금융감독 당국의 규제 초점, 투자자의 심리상태, 사회적 분위기 등이다. 우선 A4용지를 두 장 놓고 위의 내용들을 부정적인 것을 왼쪽에 긍정적인 것을 오른쪽에 기록해본다.
종합주가지수가 2,000에서 900까지 하락해 바닥을 형성했던 2008년 하반기~2009년 초 기간 동안 관련 내용을 기록해봤다. 부정적인 내용을 기록한 내역은 아래와 같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리먼브러더스 파산), 베트남 IMF 우려, 금강산 총격으로 남북관계 악화 우려, 재벌 3~4세 관련 비리 조사, 부동산 하락 우려, 중국 올림픽 이후 조정 우려, 조선업계 잇단 수주 취소, 키코 사태, 피치 한국신용등급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2차 금융위기 우려, 경제성장률 전망 하향 등으로 온통 악재밖에 없다. 이때 금융기관과 금융감독 당국은 불완전 판매 단속 강화, 직접투자(PI) IB 실태점검, 증권회사 사장단 조찬 증시 안정책 건의, 증시 루머 단속, 정치권 초당적 대처 마련 촉구, 장기 적립식 펀드 소득공제 등 증시 안정 대책 발표, 금융감독원 불완전 판매 삼진아웃제, 미스터리 쇼핑제도 도입 등 여러 대책을 내놓거나 감독을 강화하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악재·감독당국·금융기관의 모습으로 바닥을 확인할 수 있다.
사회 분위기에서 증권시장의 바닥도 확인할 수 있다. 그동안 증권시장에서 회자된 바닥권에서의 내용은 이렇다. 증권사 객장은 개점휴업, 무주식이 상팔자, 담보부족계좌 속출, 멀미 장세 등이다. 그 밖에 증권시장 바닥 징후들은 경제지에서 경기후퇴 용어가 등장하거나 국내외에서 금융 불안설이 나올 때 등이다. 또 애널리스트들이 반성문을 쓰거나 자산관리 설명회에 사람들이 모이지 않을 때도 그렇다.
같은 방법으로 증권시장이 좋을 때 나타나는 호재와 사회적 분위기도 기록해볼 수 있다.
그럼 지금의 증권시장 분위기를 악재의 입장에서 정리해보자.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정국 불안, 잇따른 경제 성장률 하향 전망,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 정책에 대한 우려, 중국 경제 경착륙 우려와 우리에게 미칠 영향,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따른 한중 관계 악화 우려, 조선업 경기 약화에 대한 우려, 소비 위축 우려,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른 외화 유출 우려, 북한 핵 개발에 따른 남북 긴장감 지속 등이다. 증권시장을 둘러싸고 있는 상황은 악재가 훨씬 많다. 악재들이 더 큰 확장성을 갖고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그러나 악재들이 더 이상 확장을 멈추는 순간 바닥을 확인하고 박스권을 상향 탈출할 수도 있는 것이다.
지금 증권시장 대응은 악재의 확장성을 살펴 그것이 나타나지 않으면 긍정적 시각으로 시장을 판단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지금의 환경을 너무 비관론으로 보는 것은 향후 올 수 있는 상승장의 흐름에 편승할 기회를 놓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상장기업 이익의 증가와 여전히 매력적인 주가수익배율(PER)은 주가가 상승할 때 그 이유를 뒷받침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