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한 조선 업황 탓에 상근 부회장 자리까지 없앴던 조선해양플랜트협회가 이번에는 차기 회장사(社) 선정을 두고 골치를 썩고 있다. 전 세계 선박 발주 시장이 얼어 붙어 남은 일감이 뚝뚝 떨어지는 국면에서 조선 업계를 대표하는 ‘얼굴 마담’을 맡는 일에 조선사들이 너도나도 손사래를 치고 있다.
2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이 맡고 있는 조선해양플랜트협회장 2년 임기가 오는 3월 끝난다. 협회는 박 사장 임기 만료에 따라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진행 중이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현재 협회 규정은 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한진중공업 등 5개 조선사가 정해진 순번에 따라 회장사를 맡도록 하고 있다. 회장사를 맡은 회사의 대표이사가 자연스레 협회장이 된다.
지난 2년 간 회장사를 맡았던 삼성중공업 다음은 한진중공업 차례다. 한진중공업은 최근 협회로부터 ‘관례에 따라 차기 회장사를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고사했다. 내년까지 채권단과의 자율협약이 진행 중인 점 등을 감안해 내린 결정으로 알려졌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한진중공업이 업계가 어려운 상황이고 회사는 자율협약까지 진행되고 있어 회장사를 맡는 데 부담을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한진중공업이 협회장사직을 고사함에 따라, 다음 회장사 순번인 현대중공업이 회장사를 맡아야 한다. 현대중공업은 한진을 대신해 회장사를 맡는 것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지만, 떨떠름할 수밖에 없다.
현대중공업은 지금 삼성중공업이 회장사를 맡기 직전에도 삼호중공업을 대신해 회장사를 맡은 적이 있다. 당시 김외현 현대중공업 사장이 협회장을 맡았다.
협회 관계자는 “아직 임기 만료 때까지 2개월여 시간이 남아있는 만큼 누가 협회장을 맡을 지에 대한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