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미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TPP 탈퇴, 나프타 재협상 행정명령 발동에 이어 조만간 구체적인 후속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문제는 이 두 무역협정과 함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트럼프의 주요 과녁이다. 트럼프는 대선 기간 내내 한미 FTA를 “미국 일자리를 죽이는 협정”이라고 노골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은 무기력하다. 외교부는 이날 “정부는 어떤 것도 예단하지 않고 우리의 기본 입장을 바탕으로 미국 신행정부와 적절한 협의와 논의를 해나간다는 입장”이라는, 말 그대로 원론적인 입장을 내놓았을 뿐이다. 전문가들은 현 정부가 통상·경제·외교·국방을 담당하는 부처가 서로 단절돼 있어 전략적 대응을 전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이 단적인 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돌연 사드 배치를 결정했고 이후 중국의 한국 연예인 출연 금지, 한국행 전세기 취항 불허 등 전방위 경제보복이 잇따르고 있다. 정부는 “사드와 연관된 것인지 파악이 우선”이라는 입장만 유지하다 최근에야 관련 태스크포스(TF) 내 업종별 소위를 만드는 등의 조치만 취했다. 익명의 전직 경제부처 장관은 “사드 배치로 미국에 중국과 북한 견제라는 혜택을 줬다면 최소한 미국과의 통화 스와프라도 받아냈어야 한다”며 “부처 간 협업이 안 되다 보니 미국에 퍼주기만 하고 받은 것은 없고, 중국에 두들겨 맞고만 있다”고 꼬집었다.
최근 일본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2015년 12월 위안부 합의가 전격적으로 이뤄진 후 현재 우리는 일본이 원하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만 체결해주고 한일 통화 스와프는 일방적으로 논의 중단 통보를 받았다. 실제 우리 외환 당국은 한일 스와프 협상에서 군사정보보호협정 등을 지렛대로 쓰지 않고 일본 재무부와 1대1 협상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격변하는 대외질서는 대선 주자들의 시계에서도 벗어나 있다. 여론조사 지지도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싱크탱크 좌담회에서 국익 우선 외교, 맞춤형 협력외교, 책임안보를 위한 외교, 통상외교 강화 등 네 가지 방향을 제시했지만 선언적 의미에 그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른 여야 대선 주자들도 외교·통상에 관한 구체적인 입장을 찾아보기 힘들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 시대에 조직적인 대응방향이 절실한데 대선 주자들은 복지 등 표와 연결되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이태규·구경우기자 class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