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사들이 UHD 장비 문제를 겪으면서 본방송 개시가 9월로 연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일정도 꼬여 방송통신위원회가 설 연휴 직후 연기 여부를 밝히겠다는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25일 방통위에 따르면 문화방송(MBC)이 최근 미국 제조사인 게이츠에어(GatesAir)에서 구입한 송신장비(익사이터)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장비와 고주파(HF) 송출을 담당하는 기기 간 신호 전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게이츠에어는 일본 NEC, 독일 로데슈바르즈(Rohde&Schwarz)와 더불어 UHD방송 미국식 표준 규격(ATSC 3.0)을 따르는 곳이다.
UHD 장비 문제가 잇따르면서 사실상 UHD 본방송을 오는 2월 개시하려는 계획은 불가능해지고 있다. 한국방송(KBS)은 방통위 허가 문제로 장비 발주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다. SBS가 지난달 시험방송을 했지만 아직 중계기 구축문제가 남아있다. 김석진 방통위 상임위원이 “물리적으로 2월 UHD 본방송이 쉽지 않아 시범방송으로 대체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지만 시범 운영할 만한 곳도 마땅치않고 가능하더라도 지상파 간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빡빡한 일정도 문제다. 방통위는 이달 23일 지상파와 만나 설 연휴 직후 방송 시기를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23일)와 겹쳐 계획이 틀어졌다. 정책 부서인 미래창조과학부와 한달 간 기술적 부분에서 추가 논의가 필요한 점을 고려하면 2월 본방송은 무리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달 31일 상임위원들과 방송사 관계자들이 모여 본방송 연기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2월 중순 방통위 전체회의를 통해 시기를 최종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본방송이 연기되면 미래부와 방통위는 “세계 최초 UHD 방송이라는 타이틀에 집착하다 일을 그르쳤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지상파의 사업의지와 기술상황을 충분히 살피지 않았다는 뜻이다. 지상파는 지난 12월 방통위에 연기 신청서를 보냈지만 이 부처는 이달초 신년업무보고에서 2월 본방송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유료방송사와 TV제조사들이 정부 계획에 따라 UHD 전환을 준비하고 있지만 아직 수신기 문제조차 해결되지 않아 곤혹을 겪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방송사 관계자는 “지상파에서 기술적 문제로 2월 본방송은 무리라는 입장을 밝혀왔지만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