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헌재소장 공석, 정치권·국회 책임 크다”

이달 말 퇴임하는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정치권과 국회의 책임 방기에 일침을 놓았다. 박 소장은 25일 “(헌재 소장 임기와 관련해) 10년 이상 후속 입법조치나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은 국회와 정치권은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고 정면 비판했다. 그는 “국회가 헌법기관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면서 헌법재판관 공석이 생기지 않도록 입법 등 후속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국민 관심사인 대통령 탄핵심판의 재판장을 맡은 헌재 소장이 재판 도중 후임자 없이 물러나는 사태를 지켜보는 국민도 착잡하기는 마찬가지다. 일단 이정미 재판관이 직무대행을 맡는다고는 하나 그마저도 조만간 퇴임을 앞두고 있어 헌재의 신뢰도에 의문이 제기되는 측면도 부인할 수 없다. 비상시국에 재판관 9명 중 2명이나 공석이 되는 사태가 현실화하면 탄핵심판의 공정성과 신뢰성에도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박 소장이 “이 재판관이 퇴임하는 3월13일 이전에 탄핵심판을 선고해야 한다”고 못 박아 평지풍파를 일으킨 것도 이런 복잡한 사정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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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이런 파행이 예견됐는데도 막지 못한 것은 전적으로 정치권과 국회의 책임이 크다. 야당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후임 헌재 소장과 재판관을 임명한다면 청와대의 입맛에 맞는 인사를 고를 것이라며 국회 인준을 거부하겠다고 공언해왔다. 헌법학자들 사이에서는 권한대행도 임명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의견이 우세했지만 이마저 정치적 이해관계를 앞세워 받아들이지 않았다. 게다가 헌재 소장 공석 사태는 2006년 이후에만도 모두 세 차례나 발생해 정치권의 고질병으로 굳었다는 비아냥마저 나오고 있다. 국회가 ‘헌법 수호의 최후 보루’라는 헌재마저 마음대로 뒤흔들고 있으니 국민을 무시하는 심각한 월권행위가 아닐 수 없다.

정치권은 오직 제 이익을 챙기는 데만 골몰하면서 국가와 국민에게 절실한 법안은 외면한다는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이제라도 민주법치국가의 면모를 생각한다면 당리당략을 떠나 후속 재판관 임명절차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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