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우리은행장 선임 막전막후…'구체적인 비전 제시' 높은 점수

과점주주체제 조율은 과제로

민영화 이후 첫 우리은행장 선임 과정은 처음부터 이광구 현 행장에게 우호적인 환경은 아니었다. 민영화 공신이라는 이유로 ‘이 행장 대세론’이 거론되기는 했으나 실제 과점주주 사외이사들 사이에서는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기류도 상당했다. 정부에서 과점주주로 은행의 거버넌스가 이양된 후 치러지는 첫 행장 선출인데다 이 행장이 지난 2014년 말 취임 당시 혜성처럼 등장해 행장 자리에 오른 정치적 배경을 두고도 논란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행장은 과점주주 사외이사들 주도로 진행된 두 번의 면접에서 논리와 디테일로 무장해 자신의 존재를 확실히 각인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현직 행장으로서 우리은행 내부를 가장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고 은행의 비전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는 부분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1차 면접 이후 과점주주 사외이사들 사이에서 현 행장에 대한 우호적인 기류가 상당히 강해졌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약점을 딛고 결국 연임에 성공하면서 이 행장의 우리은행 내 입지는 더욱 탄탄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나 정치권의 개입 없이 벌어진 행장 선출 과정에서 실력으로 다시 행장에 올랐다는 명분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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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 행장 앞에 놓인 경영환경은 지난 2년보다도 결코 쉽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라는 파트너와만 호흡을 맞추면 됐던 과거와 달리 여러 과점주주들의 상충적인 이해관계를 조율해야 하기 때문이다. 과점주주 사외이사들은 이번 행장 면접 과정에서도 후보들에게 앞으로 이사회와의 관계를 어떻게 가져갈지를 집중적으로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과점주주들이 우리은행장에게 바라는 바가 크고 다양한 요구들을 해올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금융지주의 한 고위관계자는 “국내에서 이제껏 한 번도 없던 과점주주 방식의 지배구조에서 어떤 식으로 행장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며 경영을 할지 금융권의 관심이 높다”며 “과점주주들과의 이해관계, 은행으로서의 공적 역할, 우리은행 내부 직원들의 바람 등이 서로 상충될 수 있어 행장으로서 결코 쉽지 않은 경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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