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이런 움직임은 대부분의 대기업이 최순실 국정농단 여파로 멈칫하고 있는 것과 확연히 다르다. 특히 조기 대선 국면에다 트럼프발(發) 보호무역 확산 등 국내외 경영환경이 불확실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공격적이라 할 만하다. 이번 투자 결단에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투자 확대와 인재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는 최고경영진의 경영철학이 반영됐다고 한다.
무엇보다 경영시계(視界)가 제로인 상황에도 미래에 대비한 장기적인 경영 밑그림을 그려나가고 있어 고무적이다. SK그룹은 지난해 12월 신성장동력 확보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전략위원회도 신설했다. 특히 인수합병(M&A)과 지분투자 등에 지난해보다 50% 이상 늘어난 약 5조원을 투입해 국내외에서 미래 먹거리를 적극 발굴하기로 했다.
이 같은 SK의 모습은 외부 요인 탓만 하지 않고 스스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우리 기업경영사를 돌아보면 모두가 위기라고 말할 때가 기회였던 적이 적지 않다. 위기라고 여겨질수록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 위기가 지난 후 기회를 잡아 주인공이 된 기업도 많다. 마침 수출이 3개월째 살아나고 있고 1월 제조업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도 75를 기록해 1년9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보이는 등 상황이 나아지는 듯해 반갑다. 경영환경이 어렵다고 움츠려서는 미래를 기약할 수 없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