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美 트럼프시대] 멕시코 장벽 건설...고문까지 허용...트럼프 공약대로 '마이웨이'

■ 포퓰리즘 공약 이행에 세계가 충격

"장벽건설 이미 진행...멕시코가 비용 댈것" 행정명령 서명

CIA '비밀감옥' 부활·쿠바 수용소 존치 등 담은 초안 마련

유엔 지원축소도 추진...'행동하는 지도자' 강한 의지 보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일주일도 안 돼 설마 했던 포퓰리즘 공약들을 줄줄이 이행하며 세계에 연일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취임 후에는 대부분 이를 철회하거나 수정하는 등 ‘공약(空約)’에 그칠 것이라던 관측이 여지없이 빗나가고 있다. ‘말한 것은 반드시 이행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마이웨이’ 행보는 ‘행동하는 지도자’로 유권자에게 어필하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내는 것으로 분석된다.

25일(현지시간) 취임 엿새를 맞은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재협상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대형 송유관 프로젝트 재추진에 이어 포퓰리즘 공약의 대명사로 여겨진 멕시코 장벽 건설을 강행했다. 그는 유엔(UN) 분담금 삭감과 일부 다자협정 탈퇴도 검토하고 있어 파리기후협정이 다음 제물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국토안보부를 방문해 멕시코 장벽 건설을 추진하는 행정명령에 공식 서명하기에 앞서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장벽 건설 계획은 이미 진행하고 있다”며 “장벽 건설 비용은 내가 항상 말했던 대로 멕시코가 100%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멕시코 외교장관과 경제장관이 나프타 재협상과 오는 31일 예정된 양국 정상회담 조율을 위해 워싱턴DC에 와 있었지만 트럼프의 안중에는 없었다. AP통신은 멕시코 정치권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격하게 반발하며 정상회담 취소를 요구해 멕시코 대통령궁도 이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트럼피즘(트럼프 정책에 대한 지지층의 열광)’을 불러온 대선 공약을 이행하는 데 백악관은 전혀 움츠러들지 않는 모습이다. 트럼프 정부는 이날 미 중앙정보국(CIA)이 운영하는 ‘비밀감옥’ 부활과 쿠바의 관타나모 수용소 존치 등을 담은 테러 관련 행정명령 초안을 마련했다고 미 언론이 일제히 보도했다. 해외에 CIA가 비밀감옥을 두는 것은 테러 용의자들에 대해 물고문 등 트럼프 정부의 장관들도 반대하는 비인도적 심문을 가능하게 길을 닦는 것으로 고문을 금지한 미 국내법을 피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뿐 아니라 공화당 일부도 반대하는 해당 초안을 그대로 승인할지 정해지지 않았지만 그는 이날 기자들의 질문에 “불에는 불로 맞서야 한다”며 “(테러 단체에) 고문 전술을 사용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효과가 있다”고 두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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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 난민 수용을 무기한 불허하고 다른 나라 난민 수용도 6개월간 중단하는 한편 이란·이라크·리비아·예멘 등 무슬림 7개국에 대해 비자 발급을 최소 30일간 중단하는 행정명령도 이틀 내에 발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무부는 또 유엔에 내는 분담금 삭감과 다자협정 재검토 후 새 정부의 기준에 맞지 않으면 탈퇴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와 관련해 “유엔과 그 산하 기구에 내는 분담금을 최소 40% 삭감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면서 “재검토 대상인 다자조약으로 파리기후협정 등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 수차례 “기후변화협정 탈퇴”를 약속한 바 있으며 취임 직후 기존 백악관 홈페이지에 있던 기후변화 관련 자료들을 전부 삭제했다.

그는 당선인 시절 “지금의 유엔은 그저 사교클럽에 불과하다”고 유엔에 불신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따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임기를 하루 남기고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를 통해 북한에 100만달러의 인도적 지원을 결정한 것도 뒤집힐 수 있다는 관측이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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