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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도의 톡톡 생활과학]'쥬라기 공원'이 눈앞에...멸종한 매머드 되살린다

1993년 개봉된 영화 ‘쥬라기  공원’의 한 장면. 호박에서 발견된 모기의 혈관 속에 들어있던 공룡의 피에서 DNA를 채취해 공룡을 부활시키는 내용이다.1993년 개봉된 영화 ‘쥬라기 공원’의 한 장면. 호박에서 발견된 모기의 혈관 속에 들어있던 공룡의 피에서 DNA를 채취해 공룡을 부활시키는 내용이다.


미국 할리우드 영화 ‘쥬라기 공원’(1993년)은 수천만년 전 멸종했던 공룡이 현대 과학으로 되 살아나면서 벌어지는 무시무시한 사건을 다룬다. 영화 속 과학자들은 호박(琥珀)에서 발견한 수천만년 전 모기의 혈관 속에 들어 있던 공룡의 피에서 DNA를 채취해, 타조 알에 넣어 멸종 공룡을 부활시킨다. 영화에서나 봄직했던 멸종된 동물을 부활시키려는 일 들이 이제는 이론도, 상상도 아닌 실제로 시도되고 있다. 1996년 탄생한 복제 양 돌리는 멸종동물 복원에 새로운 획을 그었다. 난자의 핵을 체세포 핵과 바꿔, 체세포와 동일한 유전 정보를 갖는 동물을 복제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해진 것이다. 또 유전체를 합성하는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사라진 동물의 유전체를 편집한 뒤 복원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2000년 멸종한 피레네 아이벡스. 커다란 뿔이 매력적인 피레네 아이벡스는 2003년  프랑스와 스페인 과학자들이 성공적으로 복제한 바 있다.2000년 멸종한 피레네 아이벡스. 커다란 뿔이 매력적인 피레네 아이벡스는 2003년 프랑스와 스페인 과학자들이 성공적으로 복제한 바 있다.


복원에 성공한 최초의 멸종 동물은 스페인 북부에 살던 산양의 일종인 피레네 아이벡스이다. 커다란 뿔이 매력적인 피레네 아이벡스는 2000년 공식적으로 멸종되었다. 그로부터 3년 후 프랑스와 스페인 과학자들은 동결 보관하고 있던 피레네 아이벡스의 피부 세포에서 체세포 핵을 추출해서 염소 난자의 핵과 치환하여 복제 아이벡스가 태어났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선천적인 폐결핵으로 태어난 지 7분 만에 사망했다. 하지만 복제된 아이벡스의 탄생을 통해 냉동 보관된 조직만 있다면 멸종 동물도 복원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연구진이 새끼 매머드 사체를 검사하고 있다. 3,300년 전 멸종한 매머드는 추운 지역에 살던 동물로 온전한 사체를 발견할 수 있어 복원 대상으로 우선 고려되고 있다.연구진이 새끼 매머드 사체를 검사하고 있다. 3,300년 전 멸종한 매머드는 추운 지역에 살던 동물로 온전한 사체를 발견할 수 있어 복원 대상으로 우선 고려되고 있다.


3,300년전 멸종한 매머드는 추운 지역에서 사는 동물이어서 비교적 온전한 사체를 발견할 수 있어 멸종동물 복원 프로젝트에서 항상 순위권에 드는 동물이다. 미국 하버드대 의과 대학의 조지 처지 교수는 2014년 멸종한 매머드 부활 프로젝트를 시도한다고 발표했다. 이 연구는 멸종 동물 복원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미국의 ‘리바이브 & 리스토어’ 재단의 후원을 받고 있다. 북극 빙하에서 발견한 매머드 사체에서 털이나, 상아, 피하지방 등 매머드의 특징을 나타내는 DNA를 추출, 아시아코끼리의 유전자에 이식해 매머드 부활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DNA를 인식해서 자르는 효소인 데, 매머드 유전자를 편집, 코끼리의 유전체에 삽입하는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다. 황우석 박사가 속한 수암생명공학연구원 역시 지난 2012년 러시아 사하공화국 동북연방대 측과 ‘매머드 복원을 위한 한-러 공동연구 협약‘을 맺고 나서 2013년 극동 러시아 해안 랴홉스키 섬에서 매머드 사체의 혈액을 발견한 바 있다. 조지 처치 교수는 “매머드와 같은 대형 동물들이 나무를 부러뜨리고 풀과 식물의 씨를 퍼뜨려 초원지대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아메리카 대륙 동해안에 서식하는 야생비둘기인 여행비둘기는 19세기 초 개체 수가 50억 마리에 달해 새 가운데 가장 많은 수가 있었다고 여겨질 정도였다. 하지만 인간의 남획에 의해서 1914년 멸종했다. 미국 ‘리바이브 & 리스토어’ 재단의 벤 노박 박사는 현재 여행 비둘기를 되살리려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연구팀은 미국 전역의 박물관에 있는 여행비둘기 박제에서 유전자 조각들을 찾아내 완전한 유전자를 만드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유전자가 완성되면 꼬리줄무늬비둘기 난자에 넣어 복원할 계획이다. 또 미국 캘리포니아대에서는 여행비둘기를 부활시키기 위해 박물관에 보관된 여행비둘기의 DNA와 현대 비둘기의 DNA를 비교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위부화 개구리는 암컷이 자신의 알을 삼킨 다음 위장에서 올챙이로 부화시켜 6주간 기른 뒤 입을 통해 출산한다. 강산성을 지닌 위산이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 어미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 위 부화 개구리는 발견된 지 10년 만인 1983년 멸종됐다.위부화 개구리는 암컷이 자신의 알을 삼킨 다음 위장에서 올챙이로 부화시켜 6주간 기른 뒤 입을 통해 출산한다. 강산성을 지닌 위산이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 어미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 위 부화 개구리는 발견된 지 10년 만인 1983년 멸종됐다.


위 부화 개구리는 위에서 새끼를 키워서 입으로 출산하는 특이한 종이다. 1983년에 멸종한 위 부화 개구리를 복원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2013년 4월 호주 뉴사우스웨일즈대 마이크 아처 교수는 냉동 보관하던 위 부화 개구리의 조직에서 핵을 떼어내 이 개구리와 먼 친척뻘인 다른 개구리의 난자 핵과 바꿔치기한 뒤, 이를 수정란처럼 세포 분열하는 배아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현재 배아는 며칠 동안만 생존하는 수준이다. 다음 단계는 배아를 올챙이로 키우는 것이다. 연구진은 “지난 5년간의 실험 끝에 이제 몇 가지 기술적 관문만 남겨 놓았다”고 밝혔다. 이 개구리가 자라나면 멸종한 위 부화 개구리의 유전자를 갖춘 개구리가 부활하는 셈이다. 개구리의 알과 올챙이가 내보내는 위액 분비 억제 물질을 연구하면 위궤양 치료나 위장 수술 뒤 빠른 회복 등에 응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전체 종의 40%가 멸종위기인 전세계의 양서류를 보존할 수단이 될지도 모른다.

호랑이의 줄무늬에 개나 늑대를 닮은 태즈메이니아 호랑이. 인간의 마구잡이 사냥으로 급격하게 개체수가 줄어들다가 지난 1936년 동물원에 살던 마지막 개체가 죽으면서 멸종했다.호랑이의 줄무늬에 개나 늑대를 닮은 태즈메이니아 호랑이. 인간의 마구잡이 사냥으로 급격하게 개체수가 줄어들다가 지난 1936년 동물원에 살던 마지막 개체가 죽으면서 멸종했다.


한 때 호주 태즈메니이아 섬에서 흔히 볼 수 있다가 인간의 마구잡이 사냥으로 지난 1936년 멸종한 태즈메이니아 호랑이도 복원 대상이다. 지난 2008년 미국과 호주의 연구진들이 100년 전 태즈메이니아 호랑이 표본에서 DNA를 추출하여 이를 쥐에게 이식한 결과, 생물학적 기능을 발휘하도록 했다고 발표했다. 2009년에는 과학자들이 호주와 미국 박물관에 보관돼 있던 태즈메이니아 호랑이의 털에서 DNA를 추출하는데 성공했다. 이 유전 정보를 통해 과학자들은 이 호랑이의 다른 유대류 동물과의 진화론적 관계를 알아낼 수 있게 됐다. 태즈메이니아 호랑이는 개나 늑대, 코요테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면 이들 동물과는 별개의 종으로 평가되고 있다. 오히려 캥거루나 코알라 같은 유대 동물과 관련이 높다. 세포에 영양분을 제공하는 미토콘드리아를 연구해서, 태즈메이니아 호랑이의 가장 가까운 사촌은 호주 주머니 개미핥기라는 사실도 밝혀냈다.

미국 뉴욕환경과학임업주립대학 연구진이 ‘부활’시키려 하는 것은 카스피 호랑이다. 카스피 호랑이는 중앙아시아 카스피 해 남부와 중국 서부 등지에 분포했었지만 개발과 인류의 활동으로 1970년대에 멸종 선고를 받았다. 몸길이가 3m 이상일 정도로, 지구상에서 생존했던 고양이과 동물 중 몸집이 가장 컸다. 2009년 옥스퍼드 대학 등의 연구에서 카스피 호랑이와 시베리아 호랑이의 유전자가 거의 동일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후 올해부터 뉴욕환경과학임업주립대학 연구진이 카자흐스탄 정부의 지원을 받아 본격적인 복원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연구진은 카스피 호랑이 복원을 위해 가까운 친척인 시베리아 호랑이를 이용할 예정이다. 연구진은 “50년 이내에 적게는 40마리에서 최대 100마리에 가까운 카스피 호랑이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만2,000년 전 새끼 동굴사자의 미이라가 발견됐다. 동굴사자는 지금으로부터 258만~1만 년 전에 유라시아 대륙에 서식했다.1만2,000년 전 새끼 동굴사자의 미이라가 발견됐다. 동굴사자는 지금으로부터 258만~1만 년 전에 유라시아 대륙에 서식했다.


전 서울대 교수 황우석 박사는 1만 2,000년 전에 멸종된 동굴 사자를 복원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이다. 지난해 황 박사가 속한 수암생명공학연구원 소속 연구팀은 러시아 사카 공화국의 수도 야쿠츠크에서 빙하기에 멸종된 동굴사자의 새끼 사체 두 구를 발견했고 이 중 하나의 복원 연구가 진행 중이다. 동굴사자 사체는 야쿠츠크에서 북동쪽으로 약 1,000㎞ 이상 떨어진 곳에서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체는 발견될 당시 가죽, 털, 귀, 피부, 힘줄 및 근육 조직이 모두 “온전히 보존되어 있는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13년 출범한 ‘디-익스팅션(de-extinction)’ 프로젝트는 1682년 께 인도양 모리셔스 섬에서 자취를 감춘 도도새와 캐롤라이나 잉꼬새, 한 때 남아프리카에 서식했던 콰가얼룩말 등 모두 24종의 동물을 복원대상으로 선정했다. 공룡은 너무 오래되고 DNA도 구하기 어려워 대상에서 제외 됐다. 복원에 사용되는 비용은 동물의 종마다 다르지만 대략 수만 달러에서 수백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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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의 다양성을 넓히고 생명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진행되고 있는 멸종동물의 복원프로젝트. 동물 복원을 지지하는 과학자들은 인류는 지난 1만 년 동안 자연에 커다란 피해를 주었고 이제 이러한 피해를 복구할 수 있는 기술을 갖게 되었으므로 이를 복구해야 할 도덕적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에 반대하는 주장도 많다. 이 세상에서 사라진 모든 것에는 그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또 이미 사라진 동물을 복원하는 데에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데 그 비용을 사라질 위기에 처한 동물을 위해 사용되는 것이 더욱 큰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다. 또 새로 복원한 동물에게서 예기치 못한 새로운 질병 등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매년 3만 종 이상이 인간 활동으로 사라지며 지구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인류에 의해 멸종이 진행되고 있는 지금, 첨단 과학 기술을 이용한 몇몇 동물의 복원 시도가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과학적 성취도 중요하지만 어떤 선택이 미래를 위해 더 나은 것인지부터 고민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문병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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