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낳은 세계적 예술가 백남준(1932~2006)이 여섯 살 때부터 12년간 살았던 종로구 창신동 생가터에 ‘백남준 기념관’이 이달 말 완공돼 오는 3월10일 개관할 예정이다. 완공일에 즈음한 오는 29일은 백남준의 11주기 기일이다. 서울시는 지난 2015년 8월 백남준의 유년기 집터인 창신동 197번지 연면적 93.9㎡의 단층한옥을 9억7,500만원에 매입했고 리모델링을 진행했다. 지난해 백남준 생일이던 7월20일에 ‘발대식’이 열려 다양한 미디어 퍼포먼스가 열렸고, 11월로 예정됐던 개관 일정은 세심한 준비를 위해 해를 넘겼다.
설 연휴에 묻히고, 지난해 10주기 대규모 추모행사에 밀리긴 했지만 백남준의 떠난 자리를 기리는 행사와 전시는 다채롭다.
‘백남준이 오래 사는 집’을 표방하는 경기도 용인 소재 백남준아트센터는 ‘미술관 음악회: 우리 음악이 흐르는 미술관’을 기일인 29일 오후 1시에 진행한다. 백남준의 미디어 아트를 전통음악의 시각에서 해석한 공동창작 융합 공연으로 음악가이자 퍼포머이며 미디어 아티스트인 백남준의 예술세계 만큼이나 실험적이다. 공연에 앞서 이재하·신원영 등 작곡가들은 백남준의 대표작 ‘TV 정원’, ‘필름을 위한 선’, ‘손과 얼굴’ 등의 작업과 키요시 후루카와, 볼프강 뮌흐의 ‘버블’, 팡 망보의 ‘대장정: 재시작’ 등 현재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전시 중인 작품들을 선택해 분석하고 모티브를 얻었다. 그 결과 ‘소리 정원’ ‘관계’ ‘일청중 이고수 삼명창’ 등 6곡이 탄생했다. 이 음악에 맞춰 안무가 박준희, 배우 남명렬과 무용가 소광웅이 퍼포먼스를 더했고 기획자는 캐릭터와 대사, 설정을 만들어 판을 짰다. 다양한 장르가 결합된 신개념 추모 공연은 전시관람객 누구나 무료로 볼 수 있다. 현재 미술관에서는 백남준의 작품으로 구성된 전시 ‘점-선-면-TV’(3월19일까지)와 게임을 소재로 한 실험적 전시 ‘뉴 게임플레이’(2월19일까지)가 한창이다.
백남준의 작품과 간송문화재단이 소장한 조선의 화가 김명국·심사정·최북·장승업의 명화를 조화롭게 전시한 ‘간송과 백남준의 만남: 문화로 세상을 바꾸다’전은 오는 2월5일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배움터 2층 디자인박물관에서 계속된다. 간송 전형필이 수집한 우리 미술품에는 민족적 자부심과 독창성이 배어 있고 이는 DNA처럼 백남준에게 전해졌다. 1950년대 ‘플럭서스’ 자료부터 머리카락에 먹물을 묻혀 그림을 그린 60년대 퍼포먼스 ‘머리를 위한 선’, 70년대 대표작인 ‘TV부처’와 ‘TV첼로’, 80년대의 위성아트인 ‘굿모닝 미스터오웰’과 ‘비디오 샹들리에’, 90년대 ‘코끼리 마차’와 2000년 ‘호랑이는 살아있다’ 등 백남준의 시기별 작품을 두루 볼 수 있다. 서진석 백남준아트센터 관장은 “백남준은 근대 이후 현대 미술계에서 동양과 서양을 수평적 가치로써 이해하며, 가장 성공적으로 융합시킨 예술가”로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