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미국·중국 등 주요2개국(G2) 대응과는 별개로 우리 기업의 해외 인프라 수주를 돕고 외국인의 한국 투자도 촉진해 국익을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다만 인프라 수주는 그동안 공을 들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투명경영 조항 등으로 우리 기업이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적고 외국인직접투자(FDI)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글로벌 기업의 미국 투자를 압박하고 있어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6일 발표한 ‘대외경제정책 방향’을 통해 “해외 인프라 수주 지원 핵심 프로젝트로 20여개(총 사업비 800억달러 규모)를 추려 기업의 수주를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중 올해 입찰이 예정된 터키 차나칼레 교량(30억유로 규모), 아랍에미리트(UAE) 해저 원유시설(30억달러) 등 15개(350억달러 규모)에 우리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집중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는 특임대사의 역할에 기대를 걸고 있다. 공식 명칭은 ‘대외직명대사’로 인프라 수주를 지원하는 ‘지역경제협력대사’에 4명, 트럼프 대통령과 관계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하는 ‘국제금융협력대사’ 1명 등 총 5명을 다음달 중 임명한다. 전직 대사·장관이 물망에 올라 있으며 인사 검증이 진행되고 있다. 특별한 주재국은 없으며 사안이 있을 때마다 전문성과 인맥을 바탕으로 외국과 한국의 가교 역할을 한다. ★본지 1월21일자 1면 참조
그러나 제반 여건이 험해 정부의 바람대로 될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4조원이 넘는 분담금을 들여 AIIB에 가입했다. 우리 기업이 해외 인프라 수주에서 AIIB의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AIIB는 부패·뇌물 혐의가 있는 기업의 지원을 배제하는 투명경영 조항을 담고 있어 미르재단 등과 연관된 53개 대기업이 배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중국 주도의 AIIB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을 내린 한국 기업을 선뜻 지원할 가능성도 낮다. AIIB뿐 아니라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주요 국제개발기구도 투명경영 조항을 내걸고 있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정부는 외국인 투자 문턱도 낮춰 해외 자금에 러브콜을 보내기로 했다. 방송프로그램공급업, 뉴스제공업, 유선·위성방송업, 유무선통신업 등 외국인투자비율을 제한한 28개 업종에 대한 진입장벽영향평가를 실시해 상반기 안에 개편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예컨대 프로그램공급업 등은 외국인투자비율을 49%까지만 허가하고 있는데 상한선을 올려 외국 자금을 끌어들이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외국인투자기업에 대한 세제 지원을 유망 신산업 중심으로 개편하고 감면 한도도 확대하기로 했다. 올해 안에 한 개 이상의 서비스형 외국인투자지역도 추가로 지정한다. 현재는 지난 2015년 9월 지정된 대전 글로벌 연구개발(R&D) 지역이 유일한 서비스형 외투지역이다.
하지만 앞날은 불투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으로 우리 기업도 미국 투자 계획을 밝히는 마당에 해외 기업이 한국 투자를 늘릴 가능성은 적다. 실제 기획재정부는 최근 참고자료를 통해 “미국 기업의 해외 직접투자가 멕시코·중국 등에서 미국으로 유턴하고 있다”며 “2011년부터 지난해 3·4분기까지 한국의 FDI 규모 1위가 미국(누적 기준)인 점을 감안할 때 아직 특이동향은 없지만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국 FDI 중 가장 덩치가 큰 미국으로부터의 투자가 줄어들 수 있고 전체 FDI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의미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